30년전 대구 용운리서 광주로 이전

80년대 초반 대구 용운리 청자가마를 옮겨가서 보관중인 국립광주박물관이 가마가 풍화돼 모양을 잃어가자 철조망을 덧씌워 흘러내림을 막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분에 콘크리트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립광주박물관이 지난 1982년 대구면 용운리 저수지 축조 현장에서 발굴해 국립광주박물관으로 옮겨간 ‘용운리10-1호’가마를 엉망으로 관리하고 있어 문화재관리당국의 불성실을 추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지난 2007년 가마관리가 부실하다는 강진쪽 주민들의 지적을 받고 일부 보수를 했으나 최근 확인 결과 철조망을 가마에 덧붙혀 가마의 흙을 흘러내리지 못하게 하는등 보수자체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청자요지 앞에 있는 안내판의 글씨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마모됐다.
지난 18일 오전 국립광주박물관. 동쪽에 기와로 된 보존시설이 있고 그 안에 용운리 10-1호 가마가 위치하고 있다. 기자는 5년전인 2007년 2월 이곳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5년만에 다시 이곳을 찾은 셈이다.

5년전과 현재를 비교할 때 청자요지는 심각한 훼손이 진행중에 있었다. 가마 뒤쪽 벽면에 이상하게 생긴 철조망이 보였다. 철조망은 가마를 움켜쥔채로 고정돼 있었고, 곳곳에 녹이 슬어 있었다.
 
5년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였다. 때문에 원래 가마를 복원할 때 집어넣은게 이제야 노출된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철조망은 5년전 보수공사를 하면서 새로 덧붙인 것이였다. 가마의 흙벽이 계속해서 흘러 내리자 철물점에서 파는 철조망을 사다가 가마의 벽 손실을 막은 것이다.

국립광주박물관 관계자는 “오랫동안 땅속에 뭍혀 있던 가마벽이 날씨 변화에 극히 취약하기 때문에 풍화작용이 심하다”며 “철조망을 덧붙혀 흙 손실을 방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일은 가마의 원형을 손상하는 일일뿐 아니라 가마에 제3의 손상을 가하는 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문화재관리 전문가는 “청자가마의 벽이 흘러내리는 것을 철조망으로 버팀장치를 한 것은 고분의 벽을 콘크리트로 보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국립 광주박물관이 청자가마를 보존하려는 의지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가마 앞쪽에도 훼손이 심해지고 있었다. 한쪽에는 시멘트 색깔의 접착제를 이용해 가마벽을 붙혀 놓았다. 이에 대해 국립광주박물관 관계자는 “시멘트는 아니고 강력접착제의 일종이다”고 설명했다.

가마 뒤쪽에는 가마주변에서 흘러내린 흙을 수북히 쌓아놓고 있었다. 가마주변을 감싸고 있는 마사토가 씻겨내리자 이것을 쓸어 모아 한 곳에 쌓아 둔 것이였다.

풍화에 노출된 용운리 가마는 전체적으로 상단부의 손실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고, 벽면의 훼손이 심해 이렇게 방치될 경우 완전 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는 실정이다.

국립광주박물관 관계자는 “봄이되면 경화처리등을 통해 보수공사를 할 계획이다”며 “보수공사가 마무리되면 용운리 가마의 제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보수작업 또한 벽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임시조치가 될 가능성이 커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가마 보존시설을 만드는 대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요구되고 있다.

광주박물관측은 2007년 당시 “가마를 이전 복원하면서 조각을 붙였던 황토접합 부분에 먼지화현상이 일어나 올해부터 2년 정도에 걸쳐 새로운 보존처리를 할 계획이다. 더 이상 훼손이 없도록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으나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된 것은 그같은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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