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가 올라오는 계절인데...

하류쪽 보(洑) 은어 이동차단
장흥읍 일대 보는 첨단 어도 자랑
“하류에서 길을 막고 있는데 무슨 소용”

장흥읍을 가로지르는 탐진강에 설치된 어도시설은 주변에 징검다리를 설치해 관광객들이 노닐게 했고, 경사가 거의 없는 어도를 설치해 24시간 물이 흐르게 했다.
27일 오후 2시경 장흥읍 토요풍물시장 앞 탐진강 둔치. 관광객들과 주차된 차량이 섞이면서 대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에서 단연 인기는 탐진강을 가로질러 나 있는  징검다리였다. 관광객들은 징검다리를 오가며 시원한 탐진강물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사람들이 다니는 징검다리만 있는 곳이 아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이곳저곳에 물고기가 올라갈 수 있는 장치가 돼 있다. 어도가 곳곳에 설치돼 있고, 전체적으로 제방을 사각형 돌을 쪼개 붙여서 그 사이사이로 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올라갈 수 있게 했다. 높낮이가 거의 없어서 이게 어도인가 싶을 정도다.

장흥읍을 가로지르는 탐진강에는 이런 어도가 다섯 개나 된다. 모두 경사가 거의 없고, 24시간 물이 흐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물고기들이 마음만 먹으면 편안하게 상류쪽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였다.

그러나 장흥읍 일대의 어도는 사실상 기능을 못하고 있다. 하류인 강진쪽 어도들이 하나같이 물고기의 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4시경 군동면 석교리 탐진강 유원지인근에 있는 취수보 현장. 이곳은 사실상 탐진강 관문으로 은어와 실뱀장어, 연어등 회귀성 어류가 집중적으로 출입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모두 4개 지점에 어도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물이 흐르는 어도가 한 곳도 없었다. 물고기가 올라올 곳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모든 어도가 하얗게 말라 있었다. 취수보 세 곳에 설치된 방류구를 통해 물을 흘러보내고 있었으나 방류구는 물고기가 통과할 수 없는 곳이다.

탐진강 입구인 군동 석교에 있는 취수보의 어도에 물이 하나도 흐르지 않고 있다. 경사도 심하다. 은어와 뱀장어들의 출입문인 탐진강 입구가 막혀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상류쪽으로 1.5㎞ 정도 올라가면 강진상수도 취수장이 있다. 이곳에도 높이 50    ㎝ 정도의 보가 있는데 물고기가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전혀 없었다.

어도가 두 곳 설치돼 있으나 형태가 70년대식 어도이고 그나마 부서져서 어도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돼 있었다. 이곳에서 조금 올라가면 높이 1.5m의 어상보가 있다. 어상보에도 어도가 4개 설치돼 있었으나 물이 흐르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모든 어도가 하얗게 말라 있었다.

이처럼 탐진강 하류에 있는 세 곳의 보가 물고기들의 이동을 이중 삼중으로 차단하고 있는 양상이다. 탐진강 하류는 은어들의 산란지역이다. 보통 가을에 남포앞바다로 내려가 겨울을 지낸 후 봄이되면 새끼들이 탐진강으로 올라오는데 세곳의 보가 은어의 이동을 막고 있는 것이다. 
   
어상보에서 조금 올라가면 2003년 40억원을 들여 설치한 고무보가 있다.  탐진댐 하류지역의 환경보호 대책으로 많은 돈을 들여 고무보가 설치된 것이다.

고무보는 무인자동시스템으로 가동되면서 수위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어도를 통해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도록 설계됐으나 그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하류쪽에서 어류의 이동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조금 올라가면 관선보가 있다. 관선보에 설치된 4개의 어도는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 역시 어도의 경사가 상당히 높아 물고기들이 편하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아니였다. 무엇보다 하류쪽이 차단돼 올라오는 물고기 자체가 적기 때문에 어도의 큰 기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였다.

주민들은 “어도를 내는 길은 가장 손쉽게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이다”며 “탐진강 하류에 있는 어도를 하루빨리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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