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합 나올 철인데... 어민들 바다 포기하고 해남, 영암 밭으로

어민소득 급감... 강진만 황폐화 가속도

칠량 구로마을 건너편인 도암 해창앞바다는 이맘때면 대합을 캐는 사람들이 많을 때지만 지난 18일 오후 썰렁하기만 하다. 그 많던 대합이 한톨도 잡히지 않고 있다.
강진만에서는 지금부터 대합(백합이라도고 함)을 잡는 철이다. 예년 이맘 때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해창앞바다~죽도앞바다 구간에서 대합을 잡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러나 4~5년 전부터 대합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강진한정식에 꼭 포함되던 대합국도 사라진지 오래다. 강진만 대합은 조선시대 진상품이었다.

지난 17일 칠량면 구로마을 마을회관. 주민 서너명이 TV를 시청하고 있을 뿐 마을이 조용했다.

“예전 이맘때면 사람들이 몽땅 바다로 나가서 마을이 조용했는디... 지금은 다른일 하러 밖으로 나댕긴다니까요. 지금은 갯꾼이 없어 갯꾼이”

이정례(77)할머니는 마을 주민 10여명이 해남이나 영암으로 밭일을 하러 다닌다고 했다. 바지락은 물론 대합마져 한톨도 나오지 않아 바다에서 올리는 수확이 거의 없어졌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밭일을 하러 다니고, 몸이 아파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마을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해창 앞-죽섬 앞에서 많이 잡히던 대합이다. 임금님 진상품이었다.
백합은 바지락 보다 빨리 강진만에서 사라졌다. 4~5년전 일이다. 그 전에는 4~8월까지 백합을 잡았다. 한 사람이 나가면 보통 10~30㎏을 잡았다. 대합은 바지락 보다 두배가 비쌌다. 아이들 등록금도하고 농사준비하는데 사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마을에서 그런돈이 없어졌다.

밭일을 하러 다니는 주민들은 하루 5~6만원의 품삯을 받고 있다. 보통 새벽 5시에 봉고차를 타고 정해진 일터로 이동하고 있다.

“바다에 나가믄 한나절만 일해도 그 돈 벌 수 있어요. 그란디 그 고생을 하며 먼곳까지 밭일을 하러다닌당께요. 그란디 어쩌것어 바닷것이 없으니 영암으로 해남으로 돈벌러 다니는 수 밖에...”

강진만이 황폐화되면서 어민들이 바다에서 쫓겨나고 있다. 칠량 구로마을과 대표적인 대합잡이 마을인 도암 송학마을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송학마을 김희자(57)씨는 “마을 주민들이 대합과 바지락을 포기한지가 오래됐다”고 말했다. 송학마을 앞바다에도 이날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바지락으로 유명한 도암 신기리 망호마을도 마찬가지였다. 이 마을 45가구가 바지락과 고막을 잡았으나 마을 동쪽 일명 쏘바우인근 바지락밭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그나마 고막이 조금 나오지만 폐사한 것들이 수두룩 하다. 마을주민 이정옥(69)씨는 3년전 바지락 인공종패를 100여만원 어치 구입해서 뿌려 봤지만 지난해 모두 폐사되고 말았다.

이정옥씨는 “어떻게 해서든 바지락을 키워보려고 했지만 죽어나오는게 너무 많아 포기하고 있다”며 “고막이 조금 나오지만 그것도 언제 사라질지 모를 처지”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