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셋 데리고 이민행렬

둘째딸이 기차에서 위독
두 딸은 그대로 이민기차에 태워보내고
조치원에서 내려 딸 치료했으나 절명
딸 셋 모두 잃고‘발만 동동’

사진은 1945년 조치원 역사의 모습이다.
1939년 4월 5일자 동아일보 한 귀퉁이에 충남 조치원발 기사로 아주 조그만 강진사람 사연이 게재돼 있다. 신문은 ‘살길을 찾아 만주로 가다가 도중에서 어린아이를 여의고 오도가도 못하고 애타하는 사람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강진군 이행협(49)씨 부부는 어린아이 3명을 데리고 집단이민단에 끼여 만주로 향하고 있었다. 이행협씨 일가족이 영산포역에서 기차를 탔는데 그중에 두 살짜리 둘째딸 천이가 갑자기 병을 얻었다. 증상이 위독했다. 이행협씨 부부는 천이를 데리고 가까운 역에서 내려야 했다. 그런데 두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고민이였다.

부부는 두 아이를 이민단과 함께 보내기로 하고 자신들과 둘째딸만 데리고 기차에서 내렸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를 이별이였다. 부부는 위독한 아이를 데리고 조치원 시장통 하숙옥 유명상방이란 곳에서 아이를 치료했다.

그러나 아이는 이틀 후 조치원에서 절명하고 만다. 부부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싶다. 신문은 ‘두 내외가 오도가도 못하고 객지에서 탄식만 하고 있다고 한다’고 소식을 전하고 있다. 부부는 나중 기차를 타고 만주로 갔을까. 만주에서 두 아이들은 만났을까. 또 해방후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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