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와 강진군민과의 대화‘ 깜짝 이벤트
김 지사의 29년전 강진군수 재임 때 추억 소환

지난 31일 제1실내체육관에서 김영록 도지사와 강진원 군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지사와 강진군민과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31일 제1실내체육관에서 김영록 도지사와 강진원 군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지사와 강진군민과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김영록 도지사와 강진 군민과의 대화가 열린 지난달 31일 오전 제1실내체육관. 김 지사와 강진원 군수가 도착해 행사가 시작되자 무대에 설치된 와이드 화면에 김 지사의 젊은 시절 스넵사진이 돌아가고 스피커를 통해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전형적인 김지사의 목소리였다. 

‘1994년 강진군수 재임 때의 일이다. 성전면 지역에 벼 베기 지원을 나가 논 가운데서 땀을 흘리며 벼를 베고 있는데 한 여직원이 다가왔다. 그러다니 갑자기 나에게 막걸리 잔을 건네며 ‘군수님 막걸리 한 잔 하세요’하는 것이었다. 당찬 여직원의 태도에 못 마시는 막걸리를 얼떨결에 마셨다. 그때는 공직사회에 여성공무원들이 이제 조금씩 들어오던 시절인데, 나는 그때 그 씩씩한 여직원을 보며 여성공무원이 많이 늘어나도 저런 공무원만 있다면 공직사회의 앞날이 퍽 밝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구절절 추억과 사랑이 샘솟는 사연이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글의 말미에 ‘씩씩하고 당찬 여직원,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지금도 어디서 그런 모습으로 일하는지 궁금하다’고 적어 한 번은 꼭 만나고 싶은 소망을 피력했다. 읽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물론이다. 

화면이 멈추고 대사가 끝나자 사회자인 백경자 총무과장이 말을 이었다. “29년전 지사님께 막걸리 잔을 드렸던 그때 그 여직원을 수소문한 끝에 어렵게 찾았습니다. 그 직원을 이 자리에 초대했습니다”

스피커에서는 ‘TV는 사랑의 싣고’에서 두 사람이 극적으로 상봉할 때 나오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장중하게 울려 펴지고, 참석자들의 호기심 어린 눈초리가 일제히 앞쪽으로 모아졌다. 그때 그 여직원이 무대 옆 체육관 뒷문에서 달려나와 “왜 이제야~ 절 찾으셨어요‘하며 김 지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눌 차례였다. 

사회를 맏은 백경자 군 총무과장.
사회를 맏은 백경자 군 총무과장.

백경자 총무과장의 말이 이어졌다. 
“그 여직원이 바로 접니다” 

장내는 일제히 웃음과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막걸리 잔을 건넸던 ’당찬 여직원‘이 당시 입사 3년 차로 작천면사무소에 근무하던 백경자씨였던것이다. 자리에 있는 김 지사와 강 군수도 함박웃음을 참지 못했다. 도지사와 군민과의 대화가 부드럽게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나온 원고 내용은 김 지사가 2007년 펴낸 자서전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다였다’ 에 게재된 것이었고, 김 지사의 목소리는 ‘음성 복제’와 ‘딥페이크’ 기술을 접목해 만든 AI(인공지능) 목소리였다.

김 지사의 일반적인 목소리를 녹음한 다음 이를 AI에 접목시키면 똑같은 목소리로 다양한 내용을 말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마지막 화면에 등장한 김 지사의 모습도 AI였다. 첨단 기술과 사람 냄새가 잘 배합된 한 편의 드라마였다.

김 지사는 인사말 순서에서 “그때는 임명제 시절이여서 공무원들이 군수옆에 오는 것을 어려워 하곤 했는데 어린 여직원이 다가와 당차게 막걸리 잔을 권하더라”며 “지금은 군의 주요 과장이 되어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참 좋다”고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김 지사는 초반 분위기에 압도된 탓인지 이어진 군민과의 대화에서 유난히 ‘OK’ 답변을 많이 했다.  

백경자 과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지사님의 자서전을 읽었던 내용이 생각나 직원들과 함께 영상을 직접 제작했다”며 “당시 지사님께 드린 막걸리는 작천막걸리였던 것 같다”고 웃었다.    /주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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