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순/전남지방행정동우회장 · 전 강진군수

2016년 11월 8일 미국대선 결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제45대 미국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트럼프는 국정 경험이 없는 백만장자 출신의 정치인으로 공화당내에서도 지지기반이 거의 없는 아웃사이더이다. 그러한 트럼프가 경선과정에서 젭 부시 등 준비된 후보 등을 꺾고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되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대선에서 공화당의 패배를 예견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주류 정치인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고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소위 리스트벨트지역의(오하이오, 펜실베니아, 일리노이 인디에나 등 미국 중서부의 쇠락한 제조업지대) 중산층 이하 백인 노동자층의 분노와 좌절이 표로 연결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미국의 경제침체와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FTA등 자유무역협정과 히스패닉 이민자들 때문이라고 믿는다. 이들에게 반이민정책과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는 합리적인 선택지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둘째, 주류 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반발이 트럼프라는 아웃사이더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다수의 유권자들은 클린턴으로 대표되는 주류 정치인들을 위선자이자 거짓말쟁이라고 보고 있다. 주류 정치인에 대한 반발이라는 측면에서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나타났던 센더스 후보 열풍은 트럼프의 당선과 흐름을 같이한다. 센더스나 트럼프를 통해 기존 정치흐름과는 다른 변화를 바란 것이다.

셋째, 보수성향의 백인표가 결집한 것에 반해 흑인표는 감소했으며 히스패닉 유권자도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대선의 경우 히스패닉 유권자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클린턴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 선거결과를 보면 히스패닉 유권자의 29%가 트럼프를 지지했으며 플로리다, 아리조나 등 경합주의 경우 히스패닉 유권자의 35%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끝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선거운동에서 트럼프가 앞섰다는 점이다. 2008년 대선 이후 미국선거에서 소셜미디어의 중요성은 매우 컸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는 주류 언론을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유권자들과 소통함으로써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었다.

대통령 선거이후 미국사회는 정치,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반트럼프 시위가 뉴욕을 비롯하여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혐오 범죄가 증가하는 등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이것이 정치적으로 표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비하적 발언, 여성비하 발언 등을 거침없이 쏟아내었던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종이나 성별, 종교적 차이에 대한 관용대신 차별과 공격성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는 트럼프를 지지한 유권자들과 클린턴을 지지한 유권자들이 인종적, 지역적으로 양극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선거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에 따르면 고졸이하 백인의 67%가 트럼프를 지지한 반면, 흑인 유권자 88%는 클린턴을 지지했다. 소도시나 농촌지역에서 트럼프 지지율(62%)이 높았던 반면 대도시에서는 클린턴 지지율(59%)이 높았다.

사회적 갈등은 트럼프 후보가 대선기간에 주장했던 반이민 정책이나 보호무역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책적 차별성 보다는 이메일 스캔들이나 성추행 논란등 후보자의 자질관련 논란에 치중했다.

하지만 경제, 사회적 형평성을 강조하며 빈부격차를 줄이고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주장한 민주당이 패배하고 시장의 질서를 강조하며 세율인하와 규제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주장하는 공화당의 집권으로 향후 미국의 경제정책이나 대외정책, 이민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

공화당의 집권이후 경기부양에 실패할 경우 반이민정책과 맞물리면서 경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016년 미국대통령 선거는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교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트럼프는 기존 미국정치권에서 볼 수 없는 이단아로 정치경험이 없을 뿐 아니라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과 막말을 일삼는 등 정치적 자질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초반부터 강한 지지세를 보였을 뿐 아니라 본 선거에서도 준비된 대선후보라는 클린턴 후보와의 대결에서 주류 언론의 예상을 깨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러한 선거결과는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와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 신자유주의로 재편된 질서에 대한 반발을 반영한다.

이는 지난 6월에 실시되었던 영국의 EU탈퇴 국민투표 결과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보호무역정책과 경기부양책을 통해 미국 내수경제를 활성화하고 반이민정책을 통해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돌려주겠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주장은 다수 미국인들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러한 주장들이 실제 정책으로 실행될 경우 주변국들과의 통상마찰이나 외교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인해 오바마정부에서 추진하던 정책들의 많은 부분이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부문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공화당의 친시장주의 정책으로 전환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바마케어로 대표되는 복지정책의 축소, 금융 정책에서의 규제완화, 반이민정책 등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정책의 경우 보호무역주의의 강화와 더불어 외교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조정등을 통해 동맹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변국들과의 마찰 등으로 인해 실제정책의 추진과정은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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