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추석 연휴 중간쯤 중앙일보 인터넷매체를 통해 나온 도올 김용옥 교수의 인터뷰는 신선한 이슈가 되었다. 문재인을 향한 대세 필패론과 남경필 폭발성,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를 경고했으니 눈과 귀가 번쩍트였을 법하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논리적 대선 관측을 거침없이 이어가자 기자는 이렇게 물었다.

문 전대표는 지금 이 순간 어떤 일부터 해야 할까요? “문 재인이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손학규를 데려오는 겁니다. 손학규는 65학번 세대 중 조영래, 김근태 등과 함께 가장 치열하게 이 시대를 살았던 사람입니다. 잠시 신한국당에 갔던 것은 이제 흠이라고도 할 수 없지요. 그는 가장 오랫동안 일관되게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사람으로 저는 기억합니다. 문재인은 손학규를 데려오면서 천정배나 박지원까지 같이 포섭해서 호남을 온전하게 끌어안아야 합니다. 이렇게 큰 틀을 만들어놓고 그 틀 안에서 안철수도 경선해야죠.”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자신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돼 있지 않습니까? “2017년 대선을 ‘따 놓은 당상’으로 보지만, 여당이 과감하게 보수개혁 성향의 남경필 같은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면 정말 파워풀합니다. 새누리당이 그런 식으로 나오면 더민주는 굉장히 힘든 선거를 치르게 될 거예요. 왜 그런가 하면 우리 기성세대 대부분 성원은 여당 편이기 때문이죠. 그들은 지금과 같은 부패한 권력체계를 래디컬하게 변화시키길 원하지 않습니다.”

공감을 확장시킬 가치가 넘쳐나는 일갈이다. 문재인의 자기중심적 현실 인식을 꿰뚫고 내놓은 경고이기 때문이다. 친문의 더민주 장악은 당내 대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필패의 진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따라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당내 경선 다원화와 야권 통합, 호남 껴안기가 핵심과제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다. 진보세력뿐아니라 정치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기도하다. 도올의 충고 가운데 ‘호남을 온전하게 끌어안아야 한다’는 부분은 특히 눈여겨볼만 하다.

호남을 향해 구애를 하면서도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언행을 일삼아 온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은 극에 달해있다. 총선 직전 광주시 충장로에서 호남이 지지를 접으면 정치를 그만두겠다던 문 전대표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지난달에는 부산에서 호남을 포기한 듯한 발언을 해서 분노를 키웠다. 호남의 정서에 반하는 언행을 자주 쏟아내는 김홍걸씨를  앞세운 모습 또한 호남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요인이되고 있다. 따라서 반문재인 정서가 강한 호남인들은 도올선생의 일갈에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그의 필패론은 확장의 폭을 넓혀가고 지배적 여론으로 굳어져 대세를 뒤흔드는 막강한 힘을 발할 것이라는 경고가 읽힌다. 더민주와 문재인만으로는 외연 확장의 한계에 부딪혀 다이나믹한 대권 쟁취전에서 승리를 이끌어낼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건 일반화된 결론이다.
 
그런데도 친문세력으로 당을 장악한 후 대세론을 앞세워 자신 중심으로 야권 단일화를 기정사실화한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치 대통령이 다된것처럼 오만함이 보인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야당은 걸핏하면 지지세 확보 논리로 정권 교체를 내세운다. 그러나 야당이 깨우치고 있어야 할 것은 모든 국민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건아니라는 것이다. 정권재창출 염원도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에서도 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조금 앞서고는 있지만 그게 대세라고 못박을 정도는 아니다.

정치상황에 따라 가변성은 요동칠 수 있는 수준이다. 더불어 이념편향적인 패거리 정치를 하면서 정권교체를 외치고 있는 특정 야당 정파에 대한 반감도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한다.

호남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앞서지만 반면에 특정 야당 대선주자에 대한 반감은 하늘을 찌른다. 이는 정권교체를 하더라도 신뢰를 바탕으로 비전과 정책, 리더십을 갖춘 야당인사중심으로 이루어져야한다는 염원이 반영된 것이다.

호남 민심을 확보해야만 대권 쟁취가 가능하다는 명제는 보편적 사실이 돼버렸다. 정치 촉이 남다른 호남인들이 역사를 가르는 선거때마다 대세를 이루도록 전략적 투표를 해왔기 때문이다. 도올 선생도 이런 맥락에서 손학규 포용과 야권통합을 주문하면서도 ‘호남을 온전히 껴안으라’고 경고했을 것이다.

정치권은 호남을 향한 정당의 구애 패턴이 바뀌었다는데 주시한다. 전남 출신을 당대표로 뽑은 새누리당은 호남 연정을 제시하며 전보다 배나 뛴 14%의 지지율을 끌어냈다. 이와달리 더민주는 겉으로는 호남에 추파를 보내면서도 영남 쪽으로 외연확대를 꾀하는 속내를 들어낸다.

문재인 전대표의 부산 발언에서 알 수 있듯 호남은 가만히 두어도 안정적이므로 영남을 중심으로 외연확대전략을 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같다. 더민주가 미워도 새누리당 후보에게 표가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일 것이다. 도올의 경고에 배치된 셈법이다. 두고 볼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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