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숭덕고등학교 교감

우리 학교는 2016년 여름방학 동안 2박 3일 일정으로 제5회 사제동행 국토 순례를 실시했다. ‘따뜻한 감성, 타인과 소통, 땀방울의 가치를 배우는 창의적 체험 활동’이라는 주제로 우리 학교 1, 2학년 학생 60명과 미국 자매학교 학생 1명, 인솔 교사 5명 등 총 66명이 참가했다.

이번 국토 순례는 강진군이 실시하고 있는 푸소(FU-SO)체험을 중심으로 다양한 감성체험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푸소(FU-SO)는 ‘필링 업’(Feeling-Up)과 ‘스트레스 오프’(Stress-Off)’를 뜻하는 농박 프로그램이다. ‘덜어내시오’라는 뜻의 전라도 방언 ‘푸소’처럼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버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숙박만 하는 기존 민박과 달리 농가의 주인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며 농촌의 삶을 체험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농가들은 지역별 특성을 살려 농촌·어촌·음식체험 등을 진행한다. 한옥 체험과 곤충 아트를 비롯해 고구마·도라지 캐기와 단감·버섯 따기, 콩 수확 등을 한다. 강진만 인근 농가에서는 바지락 캐기와 굴·꼬막 채취 등을 한다. 강진에서 키운 토종닭과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 체험도 있는데 강진은 청정바다와 탐진강을 끼고 있고 농토가 넓어 예로부터 다양한 요리가 발달했다. ‘동순천, 서강진’이란 말처럼 맛이라면 내로라하는 남도에서도 음식으로 이름난 고장이기도 하다.

강진은 다산 정약용 유적지와 영랑 김윤식 생가 등 역사 유적이 많아 ‘남도 답사 1번지’로 불린다. 고려청자박물관과 다산기념관, 하멜기념관 등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어 전국에서 탐방객이 몰려든다. 강진만의 중간에 위치한 가우도 역시 강진을 대표하는 명소로써 섬 안에 조성된 2.4㎞의 탐방로는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경치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어 천혜의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푸소(FU-SO) 체험과 더불어 우리 학생들은 감성 체험 코스로 영랑감성학교, 고려청자박물관, 민화뮤지엄,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 등을 탐방했다. 강진 곳곳에 퍼져 있는 풍부한 역사와 문화자원은 학생들의 감성을 키워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가우도 양쪽에 설치된 총 길이 1천154m짜리 출렁다리를 걸어보는 것은 도시에서 살아온 우리 학생들에게 색다른 감흥을 줬다.

체험을 마치고 농가 주인과 학생들이 버스 앞에서 작별하는 시간이 되면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여기저기서 기념사진을 찍는 풍경이 연출된다. 처음에는 단단하게 굳어있던 학생들이 2박 3일 동안 농가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금세 정이 들어 잃어버렸던 감성을 회복하고 자유롭게 꿈을 이야기하며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정을 모티브로 하는 감성체험여행을 통해 침체된 농촌에는 활기를 불어넣고 메마른 도시 정서에 따뜻함을 불어 넣으며 도시와 농촌을 하나의 가족으로 엮어내고 있는 것이다.

국토 순례에 참가한 학생들은 2박 3일 동안 친구들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경쟁보다는 협동을, 이기심보다는 배려하는 마음을 배웠다. 나 또한 말로만 들었던 푸소 체험을 하면서 지자체 운영 프로그램 중 최고의 만족과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특히 푸소체험의 운영을 위해 강진원 군수님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의 희생과 친절, 열정을 보며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으로 손색이 없다는 칭찬을 하고 싶다.

더운 날씨였음에도 2박 3일의 체험활동 전 과정에 동참해 주시고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학생들과 교사들의 불편한 점을 미리 챙겨주시며 농박하시는 분들과 긴밀한 소통으로 완벽한 진행을 하셨다. 사람이 사람을 감동시킨다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에게 최고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여러 직원분들의 모습은 감사 그 자체였다. 덕분에 나는 강진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됐으며 학생들 또한 농박을 통하여 훌륭한 인성을 기르고 소중한 추억을 갖게 됐다.

우리 학교의 사제동행 국토 순례는 공부에서 벗어나 기분을 전환하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하는 ‘국토 배움 나들이’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강진에서 진행된 이번 국토 순례는 감성과 창의성을 배우고 따뜻한 사람의 정을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바람직한 인성을 기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시간이었다.

지금도 저희들이 떠날 때까지 함께 손을 흔들어 주셨던 체험 농가 어르신들의 정이 밀려온다. 떠나기가 싫은 한 여학생이 눈물로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모습에서 나는 희망과 감동을 봤다. 독서가 머리로 하는 여행이라면,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라고 한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따뜻한 감성이 어우러지는 강진은 살아있는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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