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장

지긋지긋한 폭염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날씨가 제법 시원해지고, 얼마 후면 민족의 대 명절 추석도 다가온다. 대도시 사람들 명절 세태(世態)가 사전 성묘나 간소한 성묘로 연휴기간을 이용하여 가족단위로 항공편을 이용한 여행으로 바뀐지 오래고, 국내 여행은 물론이고 동남아와 중국 일본을 뛰어넘어 뉴질랜드 호주에 이어, 유럽이며 북미며 중남미에 심지어 아프리카 까지도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삶의 질이 좋아지자 여행객들의 다양화에 따라 해외여행의 폭도 넓어지고 사람들이 추구하는 사고의 영역이 개성화 되어,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장애인이라는 신체적 불편함으로, 흙 수저라는 딱지에 팍팍한 살림살이로, 해외 여행은 커녕 세상에 태어나 비행기 한번 못타보고, 우리나라 땅 제주도 한번 가보지 못한 장애인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저런 연수나 출장을 명분으로 동남아 여행은 흔한 일이 되었고, 비장애인들도 친목계다 동창회다 하여 유럽이며 미주까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고 일상화된 대화가 된지 오래며, 필자도 공직생활 중 공무원 포상 연수 명단에 선정되어 중국 연수에 프랑스 등 서유럽과 헝가리 등 동유럽 그리고 호주 뉴질랜드까지 다녀온 적이 있었고, 장애인이 되어 퇴직 후에도 친구들과 회갑기념으로, 휠체어와 가마꾼에 의지하여 중국과 태국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였다.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은, 관내 장애인의 신체재활 사업을 비롯하여 정신재활 직업재활 사회재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주간(晝間)보호, 작업치료, 물리치료, 보건안마, 미술⋅무용치료, 요리⋅다도⋅공예⋅서예⋅노래⋅난타⋅볼링교실과 생활스포츠 역도교실 등 매일 40여 명이 참여하는 장애인 이용시설로서, 강진고등학교 입구 왼편 강진읍 탐진로 37-7에 자리하고 있다.

복지관에서는 해마다 이러한 재활사업들을 추진해 오면서, ‘장애인 추억나들이 테마여행’ 방식으로 다녀올 수 있지만, 연례행사 식으로 되풀이 되는 행사보다는, 인간으로 태어나 선택의 여지없이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비행기 한번 못타보고 외국 아닌 우리나라 제주도 땅조차 밟아보지 못한 장애인을 기본대상으로, 확보된 예산에 장애정도나 유형, 성별 연령별, 지역별 생활정도를 감안하여, 대상 인원을 균형있게 선정하여, 무더위가 주춤하고 추석 명절이 지난 9월 말쯤에, 광주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가는 2박 3일 일정의 여행을 시켜드리고, 기념사진을 앨범에 담아드리는, 나름 ‘장애인의 생애처음 특별한 나들이’ 계획을 추진하고 싶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비장애인도 여행을 하다보면 고급호텔에 고급음식에도 불구하고 피곤에 지칠 때가 많아, 누추하더라도 집에 빨리 돌아가 편안하게 큰 대자로 드러눕고 싶을 때가 많다. 하물며 심신이 온전치 못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비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춘 잣대로, 당일치기나 1박 2일의 실적 쌓기 여행을 하게 되면 가고 오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인솔자의 통솔에 신속하게 따를 수 없는 장애인에게는, 정작 관광할 겨를도 없이 피곤할 수밖에 없고 돌발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여러 유형의 장애인이 단체로 하는 여행은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조금은 여유롭게 2박 3일로 잡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어떤 여행이고 경비 규모에 따라서 숙박과 식사 등 여행상품의 질에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후원금과 빠듯하게 짜여진 예산에 맞춰 장애인의 특별한 나들이 대상 27명의 장애인은, 관내 장애인 단체와 읍면장의 추천을 받아 심사 기준에 맞춰 고루 선정된 장애인으로, 중증 장애로 보행이 어렵고 잘 들을 수 없고 잘 보이지 않는 장애인에게, 휠체어를 이끌고 장애인의 눈과 귀가되고 손잡이가 되어야 할 보조자가 필요하여, 후원단체로부터 봉사정신으로 무장된 열 분을 추천을 받아, 총 37명의 숙박료와 식대, 입장료와 기념앨범 제작비, 왕복 항공료와 버스 임차료로 드는 견적가가 1,320만 원에 이른다.

그동안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 후원회원과 후원회운영위원의 도움으로 승합차량을 기부 받아, 강진읍에서부터 신전면이나 옴천면 등 먼 거리에 거주하는 장애인까지 매일 복지관으로 왕복 운송하여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매년 치르는 ‘장애인의 날 기념식 및 문화행사’에 드는 경비도 조용히 후원 해 주신 분들이 많아, 장애인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강진 군민이 강진군장학재단에의 기부와, 연말연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이웃돕기 성금이며 사회복지 시설에의 후원은, 결코 호주머니가 넉넉해서라기보다는, 후학을 양성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가기위한 나눔 문화의 실천일 것으로, 이번 나들이 계획도 강진군의 지원과 소외계층에 대하여 각별한 관심을 갖고 봉사활동을 하는 탐진로타리클럽(회장 김윤석), 강진로타리클럽(회장 정상호), 강진군청록회(회장 김정혁), 강진군사회복지사협의회(회장 문정국), 강진군의회 위성식 의원님, 멀리 포천시에 거주하시는 출향인 박동호 님께서 후원하여 주신 덕분에 원만히 추진하게 되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얼마 전 대상자로 선정된 장애인 한분을 만나 “제주도 가는 명단에 선정되었데요?” 하니까, 빙그레 웃으면서 “비행기 처음타고 제주도에 가보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즐겁고 자랑스럽다는 대답에 뿌듯하였다. 우리 복지관에서는 후원 해주신 분들의 애정어린 뜻을 받들어 이번 ‘장애인의 생애처음 특별한 나들이’ 계획을 알차고 실효성 있게 추진하여, 참가하신 장애인 분들께 생애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 되도록 할 것이며, 앞으로도 이 계획에 공감하시고 후원하실 분들의 참여가 이어져 해마다 계속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061-433-8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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