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더불어 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강진산’이 내려가라 하면이라는 재담으로 정계 컴백시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피해나갔다. 자신이 칩거한 토담집 뒷산이 만덕산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건만 존재하지도 않은 ‘강진산’을 봉쇄 무기로 삼았다. 강진사람들의 귀에 쏙들어 박힐 지역 연관어를 선택한 순발력이 놀랍다.

손고문은 지난 5월 9일 열린 강진일보 창사 5주년 기념식 축사를 통해 강진 예찬론을 폈다. “강진은 생명의 원천이며 전남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런 요지를 앞세우면서 강진의 자랑거리중 으뜸은 사람이라 했다. 강진은 새 희망, 대한민국을 이끌 큰 인물을 탄생시킨 원천이라고 치켜세웠다.  자신도 강진의 큰 인물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예언처럼 들린다. 2년간의 환대에 감사하며 강진의 번성을 기원한다고도 했다. 강진사람들은 ‘우리 손고문’이라는 말이 내면에 흐르고 공동체의식이 꿈틀거렸을 법하다.

한국사회에서 출신지 기준은 탄생과 함께 일정기간의 거주도 포함한다. ‘출신지’라는 낱말은 탄생과 거주를 포함한 개념어로 통한다. ‘고향’이라는 말과 동의어로도 쓰인다. 아버지의 고향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면서도 자신의 고향이라고 한다. 태생지는 아니지만 일정기간 거주만 했어도 출신지로 분류한다.

손고문은 2년 넘게 강진에서 살았다. 강진이 배출한 인물 카테고리에 들만한 세월이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표는 천재들만 들어간다는 광주 서중에 입학한 후 2학년 때 서울로 옮겼다. 총선때 그는 그런 경력을 내세워 광주출신이라고 자랑했다. 이회창 대선 3수 후보도 미천한 광주서석초등학교 학적 사실을 들추며 광주 연고를 강조했다. 

이렇듯이 손 고문도 강진 출신이라 한들 이상할게 없다. 강진이 배출한 인물 중 손꼽히는 부류에 들 큰 인물이다. 경기중고, 서울대 정치학, 옥스포드대 정치학 석‧박사 학력만으로도 ‘큰 인물’ 조건은 넘쳐난다. 민주화와 노동운동, 인하대, 서강대교수, 장관, 경기지사, 국회의원, 당대표, 대선 경선 후보 등의 경력을 더하면 눈 시리게 화려하다. ‘손꼽히는 대한민국 큰인물’이라는 칭호가 딱 들어맞는다. 그러나 큰그룻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강진사람들에게 큰 희망과 공동체 의식을 불어 넣은 손고문은 정치뉴스 중심에 섰다. 언제쯤 ‘강진산̓을 내려올 것인지, 목적지는 어디인지가 관심의 핵심이다. 그런데도 ‘언제, 어디로’에 관한한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때문에 궁금증만 증폭시킬 뿐아니라 메아리없는 전략적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짠하게 만든다.

하산시기를 확정짓지 못한데는 문재인과 안철수가 자리하고 있다. 비노 핵심 인사들이 국민의당으로 대거 빠져나간 더민주는 문 전대표의 독무대가 돼버렸다. 앞으로 다른 당과 합당하지 않는 한 당내 대권 경선에서의 승자는 문 전대표라는데 이견이 없다. 국민의당도 비슷한 구조다. 안철수 사당이라 불릴만큼 역시 안의원 지지 일색이다. 

그게 새판을 짤것이라는 견해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손 고문도 몇 차례 이에 동조한 발언을 했다. 그렇지만 누구도 새판 가능성 확률이 높다고 단정짓지 못한다. 신당이나 제4지대 정치결사체는 대선 경쟁력을 키우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정적 취약점이 주저하게 만든다. 관측은 분분하지만 하산 징후는 뚜렷하다.

하산 임박을 감지한 여론조사기관들은 이미 손 고문을 대권여론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지금껏 보이지 않던 순위가 벌써 10위안에 들었다. 최근 리얼미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야권에서는 문재인, 안철수에 이어 3위로 뛰었다. 특이한건 이전부터 언론계와 지성인 사이에 가장 지지도가 높은 인물이 손고문이라는 것이다. 대선 꿈을 향한  정치 환경은 나쁘지않다.

보수 집권당 정권 재창출 전망은 어둡다. 우선 부정적 여론이 더 높다. 주군의 배신자 심판 호소가 부메랑이 되어 분화중이다. 총선 패배 책임론과 당권 장악다툼에 휘말려 계파갈등은 더 깊어졌다. 총선 참패를 안겨준 국민 심판이 내년 대선으로 이어질까 걱정스러워 숨 끊어질 듯한 한숨을 토해내는 보수논객도 있다. 보수와 진보의 10년 주기 정권교체 싸이클이 바뀔 타임이다.

야권이라고 나을게 없다. 지지여론이 새누리당에 뒤지다 최근에야 한여론조사에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마치 대권 후보가된 듯이 행세하는 기존 야권 후보군으로는 보수진영을 이겨내기 어렵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 정권 창출 가능성 여론이 비교우위에 선 상황에서도 그러하니 야권 진영은 심각해졌다. 자연스레 대체 인사 발굴의 필요성 요구로 이어진다.

17‧18대 대선 경선에서 정동영, 문재인에게 잇달아 패했던 손 고문은 조직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만만치않는 경쟁력을 보였다. 통한의 과거사이기는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잠재적 지지세 폭발 가능성을 각인시켜놓은 것은 값진 소득이다. ‘강진산̓ 아래서 가다듬은 강진주민의 큰그릇이 채워질 것이라는 강진의 새희망은 무더위를 삭히며 영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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