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언제나 그렇듯이 민선 6기 전반기가 끝난 6월말을 전후해서 군수들의 성적표가 보도됐다. 실적을 홍보하면서 부정적 내용을 담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천편일률적이고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의 특산물과 지형적 특성만 알면 아웃사이더라도 탁상 홍보 기사를 작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자체 홍보자료의 천편일률적인 공통된 키워드에서 역겨움이 풍겨온다. 군민 행복시대, 주민 섬김 행정,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고부가가치 창출, 관광 활성화, 청렴행정 구현, 브랜드가치 제고, 농산물 특성화, 정책의 차별화 전략등이 대표적이다.

홍보자료들은 부풀려질 대로 부풀려져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풍선을 보는 듯 하다. 주민섬김과 소통 강화를 강조한 부분에서는 허구가 느껴진다. 열린 행정이라는 멋진 낱말을 앞세워 이동 군수실 운영과 주민과의 간담회를 헤아릴 수 없이 반복했다고 선전했다. 기득권에 집착하고 권위적인 인물임이 이미 드러난 경우인데도 그렇다.

홍보 풍선의 팽창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역 특성을 살려 관광산업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새로운 농법을 도입하여 생산성과 실질소득을 향상시켰다고 했다. 발로 뛰고 특유의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사상최고치의 국비를 확보했다고 자랑한다. 상이라는 상은 전부 독차지한 듯 수십 개의 수상사례를 열거한다. 치적 결론 부분에서는 군수님만의 탁월한 리더십이 작동되어 주민 행복시대를 열게 되었다고 방점을 찍는다.

냉소적인 접근을 하다 보니 그런 부류들이 입에 달고 사는 탁월한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국가 산업지향점이 제3의 물결을 넘어 4차, 5차 산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농어촌 지자체에서도 6차 산업이라는 신개념을 도입하여 소득 창출원을 확대시키려 몸부림치고 있는게 시대상황이다. 여기서 추출할 수 있는 시대정신은 창의와 융합이다. 민선6기 상반기 홍보자료에서는 창의와 융합이라는 개념어를 추출해 내기 어렵다.

새로운 시대에 부응해 나가려면 새로워지고 진실해야 한다. 새로움도 획기적인 발명, 발견수준이어야하며 진실성도  만인이 인정하는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 진실은 신뢰 축적의 원동력이다. 창의성은 소득과 직결된다. 조직원과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창의력을 떨어뜨리고 창의적 결과물을 얻었다하더라도 실질소득으로 연결 짓기 어렵다. 신뢰는 조직원의 창의와 주민의 협치의욕을 촉발시키는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신뢰축적의 핵심요소인 진실 기반 구축이 주민 행복을 앞당기기 위한 최우선 과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지자체장들은 유난히 청렴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속성이 있다. 선거판에서 깨끗한 이미지와 행정의 달인을 강조해야 표를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 일정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당선 후에도 변함없이 직원들을 닥달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는 지자체장들이 수두룩하다. 청렴과 행정 달인의 실체를 입증하기위해서 그러는 것인지, 거꾸로 그렇지 못한데서 생성된 열등감의 발로인지 알 수 없다. 혹시나 위선의 달인이어서 청렴을 주문외우듯 하는지 역시 아리송하다.

군수가 반드시 ‘행정의 달인’이어야할 필요는 없다. 행정은 참모조언이나 하부조직원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수준급의 성과는 올릴 수 있는 것이다. KBS 프로듀서 출신인 이석형 전 함평군수의 성공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산림조합 중앙회장인 그는 청렴의 상징인물로 꼽힌다. 반면 지자체장의 청렴 덕목은 필요충분 조건이어야 한다. 그런 조건이 아니면 창의적 사고력을 아무리 극대화한다하더라도 시대가 요구하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청렴이 결여되면 지휘력은 약화되는 법이다. 결국 시대에 맞는 제일의 리더십 컨셉트는 청렴과 창의성으로 응축할 수 있다.

청렴은 진실, 모범적인 성품과 행실, 올바른 사고, 투명성, 무욕을 포함한 개념이다. 지자체장이 청렴하지 못한 채 불투명한 행정을 펼친다면 조직원의 역동적 의욕이 생겨날 수 없다. 의욕이 저하된 조직원들에게서 창의적 정책 개발을 기대할 수 없다. 그와 달리 청렴으로 무장하고 모범을 보인다면 새로운 정책 개발과 의욕 충천(冲天)으로 이어져 가시적 성과를 거둘 것이다.

시대정신 구현의 본보기 사례로 강진군을 꼽을만하다. 민선 6기 들어 발전과 변화의 원동력을 청렴성과 투명성에 두고 박차를 가한점이 가상스럽다. 다양한 노력을 전개한 결과 이제는 청렴 조직문화가 정착 수준에 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창의성도 돋보인다. 마량토요시장, 가우도 개발, 석문산 출렁다리 개설, 전남도 교통문화연수원과 전남도 공무원교육원 유치 등도 창의성에서 연유한 성과다. 문화지수 전국1위 성적표는 정책개발이 진부하지 않고 창의적이었다는 걸 상징하는 표상이다. 청렴과 창의성을 겸비한 행정의 달인이 강진군을 이끌고있다는데 눈부신 성과를 어찌 우연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