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광주전남연구원장

이제 우리 지역에도 중국관광객들이 대거 몰려 올 모양이다. 며칠 전 지방자치단체와 중국의 여행사가 맺은 협약에 의하면 신혼부부 2만명이 연말까지 신혼여행을 온다니 말이다. 얼마 전 인천에 5천명이 한꺼번에 와서 치맥파티를 여는 모습을 보고 우리 고장에는 언제나 그들이 와서 지역 관광진흥에 한 몫을 하나하고 부러워한 적도 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면 과연 우리는 얼마나 중국을 알고 중국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을까 하고 반문해 본다. 며칠 전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교수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그가 서울 광화문에 있는 대형 서점에 가 보았는데 중국어 섹션이라는 표지판 하나도 없더란다. 그래서 점원에게 물어 중국어 책 있는 곳을 가보았더니 중국어 책 놓인 선반이 고작 7개, 그나마 2개는 중국어 학습교재였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왔다.
 
중국은 대국답게 엄청난 정보를 가진 서적들을 쏟아 내놓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서점조차 이처럼 중국어 코너하나 제대로 못 갖추고 있다니 얼마나 한국인들이 중국에 관심이 없는지를 단적으로 대변해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국어를 모르니 원전보다 번역본을 읽으면 되니까 그럴 거라고 자위해 보지만 문제가 많지 않던가. 도무지 전후 맥락을 몇 번씩이나 읽어 보아도 모르겠는데, 원문을 해독해 보니 쉽게 이해되는 경험들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어를 열심히 배워 중국어로 된 신문이나 책도 잘 읽어보고 그들에게 편지도 쓸 수 있어야 한다. 날이 가면 갈수록 보다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오고 우리 또한 중국에 많이 들어가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결국 우리의 전략적인 무기는 중국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를 걸머지고 나갈 차세대 리더들은 무엇보다도 중국어에 능통해야 한다.

생각해보니 우리 선조들은 그래도 나름대로 현명하였다고 본다. 명나라, 청나라에서 어렵사리 구해 온 서적들을 실사구시 차원에서 부지런히 읽어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박제가, 박지원 그리고 최한기에 이르기까지 조선 후기의 실학자들은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한 덕분에 오늘날 우리 후손들에게 북학의, 열하일기, 기학과 같은 불후의 명저를 남겨 놓았다. 지금 우리들보다 훨씬 열악한 여건에서 자유자재로 한문을 해독하고 쓰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겠는가.

엎드려 코 닿을 수 있는 나라, 새벽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이웃 중국, 일의대수인 중국은 이제 G2 반열에 오르면서 막강한 세계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인구 5명중 1명이 중국인이라는데, 우리는 결코 눈앞의 중국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중국을 제대로 알고 중국인을 이해하는 노력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즈음 국내 언론을 비롯한 대중매체에서 그리고 있는 중국인의 모습은 2등 시민처럼 보이지만 진흙탕에서 아름다움을 키워 낼 수 있는 역량도 갖고 있다고 쑨거는 그의 저서 ‘중국의 체온’에서 밝히고 있다. 그렇다. 이제 우리에게 중국은 지피지기(知彼知己)전략으로 승부해야하는 또 다른 강국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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