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재 지정 보존해야

올해도 정월 대보름 전날 밤에 강진읍 남포마을 서쪽 강변에는 촛불이 켜졌다. 북쪽에 젯상을 차린다. 이곳에는 천황상제와 지황신를 모시는 높은 자리다. 지척에 있는 남쪽제단에는 금줄을 치고 100여개의 위패가 세워진다. 위패는 아주 작다.

싱싱한 대나무를 쪼개 그 끝에 창호지에 적은 신위란 푯말을 끼워넣는다. 이 위패는 바다에서 이름없이 죽어간 영령들을 위한 것이다. 후손들이 있는 영령들은 이곳에 끼지 못한다. 후손도 없고,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그저 바다에서 살다 바다에서 생명을 다한 넋을 위로하는 위패다.

높은 분으로 통하는 천황지신과 이름없이 죽어간 뱃사람들의 영원을 함께 위로하는 제례가 바로 남포 천제다. 제관인 이영식 선생은 “세월호참사때 죽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형태의 위패다”며 “예전에도 바다에서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남포마을 천제의 역사는 175년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남포마을에는 도강 18년 음력 정월에 적은 마을계책이 전해 온다. 도강 18년은 조선시대 말에 해당되는 1838년이다. 마을계책에는 천제를 지내는 방법등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천제의 역사를 마을계책이 쓰여진 도강 18년으로 본다.

그러나 전통의 남포 천제도 고민거리가 생겼다. 젊은 사람들이 없어 언제 명맥이 끊길지 모를 처지다. 이영식 선생은 “남포 천제는 반드시 군에서 향토문화재로 지정해서 관리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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