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도암 만덕리 보동마을에서 만덕산기도원으로 올라가는 길목. 콘크리트로 포장된 좁은 도로옆에 천연기념물 324호인 수리부엉이와 꿩 한 마리가 나란히 죽어 있었다. <사진>

꿩 목과 가슴사이에는 큰 상처가 있고 피가 많이 흘려 있었다. 수리부엉이는 별다른 외상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꿩의 가슴에 흘러내린 피자욱으로 봐서 죽은지 오래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 수리부엉이와 꿩은 왜 함께 죽어서 그것도 도로변에 나란히 누워 있었을까. 올빼미과의 수리부엉이는 주로 꿩과 산토끼, 개구리, 뱀등을 잡아 먹는 육식성동물이다. 꿩은 주로 새끼들에게 줄 먹이용으로 사냥한다고 한다.

사진을 본 주변 주민들은 수리부엉이가 꿩을 사냥해 날아가다가 혹시 차량에 부딪친 것이 아닐까하는 말들을 했다. 교통사고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수리부엉이에게 별다른 외상이 없고 해당 지점은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곳이 아니여서 비행의 명수인 수리부엉이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였다.

또 혹시 수리부엉이가 독살당한 꿩을 먹다가 죽은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있었다. 밭에 뿌려 놓은 싸이나(청산가리)가 든 콩같은 것을 먹고 죽은 꿩을 수리부엉이가 내장을 꺼내 먹다가 죽은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요즘에 싸이나를 놓은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수리부엉이가 꿩의 내장을 꺼내먹다 현장에서 즉사했다는 것은 좀 그렇다고들 했다. 사냥의 명수인 맹금류와 그 먹이감인 꿩이 죽어서 나란히 도로변에 누워있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했다. 수리부엉이와 꿩은 나란히 낙엽속에 묻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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