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교실짓기 위해 마을에서 볏단 날랐지…”

자서전‘연꽃만나고 가는 바람되어’출간
1937년생… 해방후 현대사 고스란히 담아

서울에 사는 강진읍 출신 향우 황기순(78)선생이 조그만 자서전을 펴냈다. ‘연꽃만나고 가는 바람되어’라고 제목을 붙였다. ‘내 이야기를 들어봐’란 소제목도 눈에 띤다.

1937년 강진읍 동성리에서 태어난 황선생은 그 또래들이 모두 그렇지만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 4.19, 5.16등을 몸으로 거쳐온 말 그대로 현대사의 산증인이다. 징용간 부친을 따라 일본에 갔던 일, 해방 후 수 많은 사람들의 귀국 풍경, 귀국해서 강진의 소학교에 다녔던 일, 6.25를 전후해 강진에서 겪었던 일등은 고스란히 우리 역사를 담고 있다.

해방 후 재일 조선인들의 귀국행렬을 살펴보자. 황선생의 자서전에 따르면 1945년 해방된 8월 15일을 전후해 일본에서는 엄청난 비가 내렸다. 귀국선을 타기 위해 일본 남부 각 지역에서 시모노시키항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데 도로가 곳곳이 끊겨 있었다. 보통 3시간 정도 걸릴 시간이 10시간 이상이 넘게 걸렸다.

황선생 가족이 귀국하던 시기, 시모노세끼항에는 수만명의 조선사람들이 그리운 고향으로 가기 위해 모여들었다. 귀국후 얼마 있지 않아 6.25가 터졌다. 강진도 인민군이 들어와 인민위원회가 설치됐다. 공산주의 치하에 들어간 것이다. 이때 강진중앙초등학교는 어떻게 운영됐을까. ‘연꽃만나고 가는 바람되어’에는 당시 내용이 생생히 실려있다. 중앙초등학교 학생들은 등교하면 날마나 인민군가를 불렀다.

의용군들이 와서 노래교육을 시켰는데 김일성장군, 스타린 대원수등의 가사가 들어 있는 군가를 교육시켜 인민군이 입성하면 위문을 하였다. 다시 국군이 들어온 후에는 공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강진항교에서 공부를 했는데 학교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각 면 농가를 찾아다니며 짚단을 얻어 메고 20~30리를 걸어다니기도 했다.

황선생은 이후 강진의 남선전기에 취직해서 가족들을 부양했던 일, 군 재대 후 4년만에 다시 한전에 입사한 과정, 1994년 한전을 정년퇴직하기 까지의 시간, 3남매를 키웠던 지난 세월, 2014년 부인과의 아쉬운 사별등의 과정을 꾸밈없는 글로 적어서 책으로 묶었다.

황기순 선생은 “보잘겂 없는 글이지만 80평생의 경험담을 후손들이 교훈으로 생각하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두서없이 써내려건 나의 지나온 세월이야기다”고 수줍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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