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봉의 저주일까

주민 3명 갑작스럽게 죽고, 3명도 시름시름
주민들 회의 끝에 위령제


송학마을 이병옥 이장 등이 위령제를 올리며 돼지머리에 축원금을 넣고 있다.
성전면 송학마을은 아주 오래전 강진읍에서 외지로 나가는 길목이었다. 지금의 강진읍 서산을 거쳐 성전으로 오가는 큰 길이 없을 때 사람들은 솔치에서 송학리 뒷등을 지나 성전 오산마을앞으로 가서 풀치로 빠져나갔다. 이 구간에 주막이 서너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온다.

그러나 큰 도로가 뚫린 후 구 샛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송학마을은 오랫동안 조용한 마을로 전해 내려왔다. 그런데 요즘 송학마을이 술렁거리고 있다. 올 들어 주민 3명이 갑자기 목숨을 잃었고, 한명이 감나무에 올라가 떨어져 식물인간이 됐다. 또 3~4명의 주민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결국 지난 8일 위령제를 지냈다.

주민들이 위령제를 올린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부터 마을주변에 성전산단이 들어서면서 부지 정비를 위한 흙이 필요했다. 가까운 곳에 시루봉이란 송학마을 뒷산이 있었다. 마을주민들은 처음에 마을뒷산이 토취장으로 사용된다는 것에 완강히 반대했다. 이곳에는 300여기의 조상들 묘가 있었고, 이 산이 마을의 맥으로 이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몇차례의 진통 끝에 결국 주민들은 시루봉을 내 주기로 했다. 공단을 개발중인 전남도개발공사는 마을주민들에게 3천평의 공동묘지를 마련해주고, 마을진입도로를 확장해 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농로 800여m 포장해준 것 외에는 나머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송학마을 이재남 개발위원장은 “공동묘지 마련도 유야무야 됐고, 마을진입로 확포장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에 올초부터 흙반출이 시작됐고 마을 사람들이 갑자기 죽어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마을주민들은 고심 끝에 총회를 열고 이장된 묘의 혼령을 위로하는 제를 올리기로 결의했다.

이날 위령제는 시루봉 정상에서 무당들이 굿을 하고, 산 아래쪽 토취장이 있는 곳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간단한 제를 지냈다. 시루봉은 송학마을 주민들이 명당으로 생각하는 곳이였다.

산 주변에 시루의 구멍을 상징하는 9개의 구멍이 있고, 그 구멍자리를 명당으로 꼽았다. 마을주민들은 시루의 중간에 있는 구멍을 최고 명당으로 보고 그 지점을 찾아왔으나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고 했다.

송학마을 이병옥 이장은 “주민들이 모두 불안해하고 있어 우선 마음의 안정을 찾자는 의미에서 혼령제를 마련했다”며 “하루 빨리 예전과 같이 마을의 안정이 찾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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