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 송천마을주민들 이팝나무꽃 잔치

신전 송천마을 입구 200년생 이팝나무가 화려한 꽃을 만개했다. 예부터 이팝나무 꽃은 흰 쌀밥에 비유돼 꽃이 잘 피면 그해 풍년이 든다고 했다. 송천마을 주민들은 매년 이맘때면 잔치를 열고 그해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빌고 있다
신전 송천마을주민들
이팝나무꽃 잔치
배고팠던 시절
농민들에게 희망 준 나무
“올해 꽃 좋으니

시절 좋을 것”
매년 이 맘때 잔치열어
풍년기원

지난 10일 오전 신전 송천마을. 20m는 더 되어보이는 이팝나무에 쌀밥처럼 하얀 이팝나무꽃이 만개해 있었다. 이팝나무꽃은 바람에 산들거리며 싱그러운 향기를 이러저리 실어 날랐다.

그 나무 아래에서 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꽃나무 아래에서 열리는 동네잔치는 절경이었다. 나무 아래 곳곳에 잔치상이 차려지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송천마을 주민들이 벌이는 ‘이팝나무 축제’였다.
 
주민들은 돼지를 잡고 낚지회무침과 참고막, 바지락국, 떡등을 푸짐하게 준비해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서로 술잔을 권하며 올해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덕담을 건냈다.

송천마을 주민들은 이팝나무 꽃을 보며 그해의 풍흉년을 가늠한다. 꽃이 화려하게 피면 그해 풍년이 들었다. 나무 위아래에 꽃이 골고루 잘 피면 온 나라의 시절이 좋았다. 시절이란 시대분위기를 의미한다. 그래서 이팝나무는 시절나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저 꽃 좀 보소. 진짜 하얀 쌀밥 담아논 것 같지 않은가. 반지르르 뜸 잘 들여놓은 밥덩어리같단 말이여. 고봉밥도 저런 고봉밥은 없제. 옛날에 배고플때는 저 꽃을 보며 햐얀쌀밥 먹는 날을 기원하곤 했었제. 이팝나무 꽃 많이 폈는게 올해는 배 곯지 않겄다하기도 하고.”

마을주민 이계재(81)씨는 올해 꽃이 참 좋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이 보다 꽃이 못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상기온이 많았다고 했다. 화려하게 만개한 이팝나무꽃을 올려다 보는 동네사람들의 눈은 모두 철학자의 모습이였다.

이팝나무는 요즘에는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서 흔하지만 송천마을 이팝나무처럼 오래된 나무는 귀하다.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는 송천마을 이팝나무는 200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송천마을 사람들은 원래 이팝나무 옆에 있는 사장나무에 정월대보름에 제사를 올렸으나 20여년 전부터 이팝나무 축제로 제사를 대신하고 있다. 이팝나무가 마을의 명물인데다 마침 꽃이 만발하는 이때에는 영농철이 시작되는 철이여서 마을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열기에는 안성마춤이다.

이팝나무는 쌀과 관련있는 이름이다.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밥은 쌀밥을 뜻한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쌀밥을 ‘이밥’이라고 한다.

‘이밥’은 '이(李)씨 밥'으로, 조선왕조 시대 벼슬을 해야 이씨인 임금이 내리는 흰 쌀밥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쌀밥을 '이밥'이라 했다고 한다. ‘이팝’은 ‘이밥’의 변형인 것이다

송천마을 강대권 이장은 “이팝나무는 우리마을의 보물이자 큰 자랑거리다”며 “매년 이팝나무 꽃을 보며 열리는 마을잔치는 동네주민들의 화합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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