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옥/강진군농업기술센터 작물연구팀장

최근 기상청은 “지난해 발생해 겨울철 약화됐던 엘니뇨가 올 여름 다시 발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남미쪽 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평상시보다 따뜻해지는 엘니뇨가 발달하면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생기거나, 비가 적게 오던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상이변이 발생해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온도가 1년째 평년보다 1.1℃ 높아 수온편차로 인한 강력한 태풍의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엘니뇨가 발생했던 지난 1987년 태풍 <셀마>와 2002년 태풍 <루사>는 한반도에 상륙해 엄청난 피해를 입힌 바 있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농업인의 욕심으로 화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으니, 그 대표적인 사례로 벼농사에 있어서 “비료 욕심”을 꼽을 수 있다. 시골의 정서상 마을 이장이나 옆집에서 비료나 농약을 치면 괜히 불안해져서 시기를 가리지 않고 비료와 농약을 뿌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동네앞에 있는 논은 마을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쉽다. “누구네 논은 어떻고 누구네 논은 어떻다”라는 비교를 당하게 되어 체면상 어쩔 수 없이 비료를 과다하게 뿌리는 농업인들이 많다. 과다한 비료 시용(비료를 뿌리는 일)으로 벼농사 후기에 접어들면 이른바 “도복(벼 쓰러짐)”이 되어 벼가 논바닥에 쓰러져 있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그러나, 올해는 기상변화와 태풍 발생 우려가 있는 만큼, 우리군 농업인들께서도 만반의 준비를 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벼농사에 있어서 다수확을 기대하면서 예전의 경험을 토대로 비료를 과다하게 뿌리게 되면 태풍에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 밖에 없다. 논바닥에 쓰러져 있는 벼를 상상하면 비료를 많이 뿌릴수 없을 것이다. 또한 과다한 비료 시용은 쌀의 단백질 함량을 높여서 밥맛을 떨어뜨리고 문고병과 도열병 등 각종 병해충 발생을 조장하는 원인이 된다.

종종 시비량(비료시용량)에 관한 상담전화를 받곤하는데, 그럴때 마다 권장 비료량을 알려드리고 있으나 내심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환자의 몸상태를 진찰하여 그에 맞는 약을 처방해 주듯이 논과 밭 토양도 토양검정 후 시비처방을 받으면 정확한 시비량을 알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토양검정 서비스(☎430-3653)를 받으려면 내 논이나 밭의 여러 지점에서 흙을 채취하여 토양검정실에 제출하시면 된다. 내 논토양의 특성을 파악하여 정확한 비료시용으로 경제적이고 안전한 벼농사를 짓기를 당부드린다.

마지막으로 지금 벼농사에서 꼭 실천해야할 사항 한가지를 더 말씀드리고 싶다. 바로 중간물떼기이다. 모를 심은 후 30~35일 사이에는 논바닥이 갈라질 정도로 중간물떼기를 꼭 해주셔야 하는데 장마철과 겹쳐서 물떼기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벼의 일생에서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시기는 이때뿐인데, 중간물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벼가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여 수확기에 쓰러짐에 약하게 된다. 일부 농업인들께서는 벼 새끼치기를 더 해보려고 물떼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시기는 헛새끼치는 시기이므로 과감히 물꼬를 자르는 결단이 필요하다.

모쪼록, 강진군농업기술센터 작물연구팀장으로써 간절한 바램은 지금부터 농작물 수확기까지 특이한 기상변화 없이 평온한 가을 수확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동안 농업인들을 애태웠던 도열병, 벼멸구 등 병해충과 폭우, 태풍 등 기상이변이 올해부터는 강진군을 그냥 지나가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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