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여정/군동면사무소

군청에 입사하여 처음 발령 받은 부서에서 실업자나 여성가장 등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을 배정받아 업무를 추진할 때의 일이다.

저소득층이라고는 하나 다소의 여유가 있어 부업 겸 취미로 일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 중에는 정말 형편이 너무 어려운 분들도 계셨다.

그 사업은 관련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근로자가 사업을 시행하는 형식이었다. 그래서 그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수강료를 내고 교육을 이수해야 했다.

교육이 시작 된 첫 날, 개강식 사진도 찍을 겸 교육장에 가 보았다. 그런데 교육생들 중에 어느 한 분이 아직 수강신청을 못하시고 계신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 분을 보니 표정이 너무도 안 좋았다. 아마도 우신 듯 눈가가 빨갰고 고개를 푹 숙이고 계셨다. 다른 분께 가만히 사정을 여쭤보니 교육을 받고 싶어 오긴 왔지만 수강료가 없어 울고 계신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다음에 내시든지 일단 옆 사람에게 빌려서라도 내시면 될 텐데 어른이 그런 일로 다른 사람도 많은데서 울기까지 하시나 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궁금하여 다음 날 그 분과 단짝처럼 지내시는 친구 분께 여쭈어 보고서야 그 분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그 분은 권위적인 남편에게 그때그때 용돈을 받아서 생활하시는데 형편이 어려워 거의 수중에 돈이 없었고, 사회생활을 해 보신 경험도 없으며, 결혼생활이 꽤 되었지만 아직까지 아이도 없었고, 우울증까지 겪고 계신다고 했다. 젊은 사람이 집에 틀어 박혀 사는 모습이 안타까워 친구 분께서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일자리를 갖게 해 주고 싶어 이 교육을 받도록 어렵게 설득을 하셨단다.

그런데 정작 교육을 받으려면 수강료가 있어야 하는데 친구 분도 사정은 넉넉지 못하여 돈을 빌려줄 수도 없었고, 그 분은 남편께서 나가지 말라고 하는 걸 겨우 이겨서 하시는 거라 돈 달라는 말씀을 못하신다는 거였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두 가지가 아닌 어려운 인생을 사시는 것 같아 같은 여성으로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새삼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당연한 듯 살지만 사실은 얼마나 감사할 일이 많은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그 분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도와드리는 방법은 교육비를 드리는 것 뿐 이었는데 왠지 돈으로 인심을 쓰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더구나 그 분이 알면 자존심이 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렵게 용기 내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신 그 분의 희망의 작은 불꽃이 꺼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교육비보다 조금 여유 있게 봉투에 담아 그 친구 분께 드리며, 사연을 들으신 어느 분께서 도와드리고 싶다며 저에게 주신 돈이라며 전해드리라고 부탁드렸다. 그 친구 분은 너무도 감사하다며 잘 전하겠다고 하셨다.

두 번째 교육이 있던 날 교육장에 다시 가 보았다. 그런데 그 분께서 너무도 밝고 진지한 얼굴로 교육을 받고 계신 것이었다. 내 마음이 다 환해지는 것 같았다.

그 뒤 그분은 교육을 잘 수료하셨고 자격증도 취득하시어 일자리를 배정받으셨고 작은 월급이었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방문하시며 활동하셨고, 그 후 봉사활동도 겸하시게 되었다.

공무원이 되어 군청에 입사한 지금까지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나에게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아직도 가끔 그 분의 열심이셨던 표정이 떠오르며 매사에 늘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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