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환/한국민화뮤지엄 관장

화마(火魔) 물리칠 수 있는 능력 가진 동물

해태
해태는 소의 머리와 말의 얼굴(牛首馬面)에 뿔이 하나 돋은 생김새를 하고 있으며 옳고 그름, 선과 악을 가릴 줄 알아서 다툼과 싸움의 현장에서 악한 자를 외뿔로 받아 버린다고 알려졌으며 해치(海?)라고도 불리던 상상의 동물이다. 또한 해태는 화마(火魔)를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동물로 전한다.

조선시대 흥선대원군이 1865년 경복궁을 중건할 때 원인 모를 불이 자주 일어나자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그 원인을 알아본바, 관악산이 유달리 불의 기(氣)가 강하여 불이 자주 일어난다 하자 그 대책으로 당대 최고의 석공 이세욱을 시켜 돌로 해태상을 만들게 하여 광화문에 세움으로써 불을 막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또한 국회의사당에 세워진 해태상은 한 소설가의 건의로 세워졌는데 이는 국회에서 화기(火氣)를 막고 국사를 논할 때 불의와 타협하지 말고 정의롭게 정치를 펼치라는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대검찰청에 해태상이 세워졌는데 이 또한 해태가 갖는 상징성, 곧 정의 사회를 구현하라는 의미 때문일 것이다.

해태는 용이나 봉황과 마찬가지로 문양으로도 사용되었다. 그 예를 살펴보면 조선시대 정사(政事)를 논의하고 풍속을 바로잡으며 관리의 비행을 조사하여 그 책임을 규탄하는 일을 맡아보던 사헌부의 수장인 대사헌의 흉배에는 해태 형상의 문양을 수놓아 사용하였다. 이는 조선시대 관리 중 문관의 흉배에는 학(鶴)을, 무관의 흉배에는 호랑이(虎) 형상을 수놓았던 것과 대비되는데 아마도 대사헌으로 하여금 해태가 갖는 상징성처럼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으리라.

민간에서의 해태 그림은 해태가 갖는 상징성 중 정의(正義)보다는 주로 화재를 막아주는 벽사적인 의미로 사용하였는데, 정초에 해태그림을 불을 상시 다루게 되는 장소인 부엌의 문에 붙였던 것이 바로 그에 해당되는 풍습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 홍석모(洪錫謨)가 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의 세시풍속에 관한 기록에 의하면, 정월이면 대문에 용이나 호랑이를, 부엌문에는 해태를, 광문에는 개를, 안채와 사랑채 사이의 중문에는 닭을 그려 붙인다는 글에서도 이러한 풍습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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