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 강진군청 유통팀장

어느 일류대 졸업생이 취직을 하기 위해 한 회사에 이력서를 냈는데 사장이 직접 면접 자리에서 입사를 희망한 청년에게 부모님을 목욕시켜드리거나 닦아드린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청년은 정직하게 한 번도 없다고 대답했다.

다시 사장은 그러면 부모님의 등을 긁어드린 적은 있느냐고 다시 물었고 청년은 잠시 생각하다, 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등을 긁어드리면 어머니께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예쁜 내 새끼라며 꼭 안아 주셨습니다라고 답했다.

청년은 혹시 입사를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시 후 사장은 청년의 마음을 읽은 듯 실망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라고 위로했다.

면접 시간이 끝나고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하자 사장이 내일 이 시간에 다시 한번 방문할 것을 주문하였고, 오기 전에 부모님 몸을 꼭 한 번 닦아드리고 오라는 조건을 달았다.

청년은 꼭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품을 팔아 그의 학비를 댔다. 어머니의 바람대로 그는 명문대학에 합격했다.

학비가 어마 어마했지만 어머니는 아들에게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청년은 이번에 반드시 취업을 하여 돈을 벌어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하겠노라고 다짐했다.

청년이 집에 갔을 때 어머니는 일터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청년은 어머니가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시니까 틀림없이 발이 가장 더러울 거라 생각하고 발을 닦아드리기로 했다.

집에 돌아온 어머니는 아들이 발을 씻겨드리겠다고 하자 의아하게 생각하며 왜 갑자기 발을 닦아준다고 하냐며 마음은 고맙지만 당신이 닦겠다하시며 한사코 발을 내밀지 않았다.
 
청년은 오늘 입사 면접을 봤었고 사장님이 어머니를 씻겨드리고 다시 오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발을 닦아드려야 한다며 통사정을 하였다.

그러자 어머니의 태도가 금세 바뀌었다. 자식을 취직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두말없이 문턱에 걸터앉아 세숫대야에 발을 담갔다. 청년은 태어나 처음으로 오른손을 뻗어 조심스레 어머니의 발등을 잡았다.

가까이서 살펴본 어머니의 발과 자신의 하얀 발을 비교하다 깜짝 놀랐다. 어머니의 앙상한 발등이 나무껍질과 다름 아니었다.

어머니 그동안 저를 키우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이제 제가 은혜를 갚을게요. 오늘 면접을 본 회사가 유명한 곳이거든요. 제가 취직이 되면 더 이상 고된 일은 하지 마시고 집에서 편히 쉬세요라고 말하자. 아니다 고생은 무슨 하시며 어머니는 아들이 한없이 고마워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때 청년의 손이 자기도 모르게 어머니 발바닥에 닿았다.

그 순간 청년은 숨이 멎는 것 같았고 말문이 막혔다. 어머니의 발바닥은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도저히 사람의 피부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머니는 아들의 손이 발바닥에 닿았는지 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발바닥의 굳은살 때문에 아무런 감각도 없었던 것이다. 청년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그는 고개를 더 숙였다. 그리고 울음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새어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삼키고 또 삼켰다. 하지만 어깨가 들썩이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한쪽 어깨에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청년은 어머니의 발을 끌어안고 목을 놓아 구슬피 울기 시작했다. 서른이 다 되도록 어머니로부터 일방적 사랑만 받아 온 죄책감에 한참을 울었다.

다음날 청년은 다시 만난 회사 사장에게, 저에게는 한 분밖에 안 계신 어머니가 저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이제야 알았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해주신 사장님께 고맙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사장님이 아니었다면 어머니의 발을 살펴보거나 만질 생각을 평생 하지 못했을 거라는 말과 이제 정말 어머니를 잘 모시기로 약속한다면서 입사 합격보다도 사람됨을 가르쳐 준 사장에게 존경심을 표한다며 발길을 돌리려 했다.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불렀다. 인사부로 가서 입사 수속을 밟도록 하게.

이 글은 국내 모 대기업에서 회장의 지시로 1년 전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방법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사내 게시판에 올려 임직원 모두를 울렸다는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글을 쓰는 필자의 가슴에도 그동안 불효한 죄책감에 하루 종일 이슬비가 내렸다. 우리는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어린이, 어버이, 스승의 날이 있어서다. 얼마 안 있으면 여기저기에서 그 분들을 위한다며 기념식과 축하잔치를 열게 될 것이다. 내실 있게 준비하고 조용히 치러야 할 일이다.
 
남의 부모 잘 모시는 것도 백번 옳지만, 내 부모 잘 모시고 있는지도 돌아 볼 일이다. 5월에는 손자손녀가 보고 싶어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님을 찾아 길을 재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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