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살인미수와 외국사절 폭행,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된 김기종씨의 고향이 강진으로 알려져 논란거리가 됐다. 고향 논란 소식을 접하면서 또 전라도 사람이 사고를 쳤구나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확실한 종북 인사라는 인식이 앞선 탓에 또다른 망나니짓을 저질렀다고 치부해 버렸다.

종북 맹신자들의 범죄행위에서 나타나듯이 김 씨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계획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믿음이 앞섰다. 칼끝이 1cm만 아래쪽으로 빗나갔어도 생명을 잃었을 것이라는 주치의의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의 최대 맹방인 미국 대사의 생명을 노렸다는 점에서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고향의 명예를 실추시킨 수치스런 범죄다.

대한민국을 국제적으로 망신시킨 김기종씨가 자신의 고향사람이라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강진사람도 그렇고 광주시민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웃간의 교류가 폐쇄적이고 공간의 경계가 분명한 150만 대도시와는 달리 4만인구의 강진의 경우는 충격이 한층 컸을 것이다. 아직도 이웃사촌 의식이 도도히 흐르고 대문간도 없이 개방된 생활을 하는 지역민의 느낌은 같을 수 없다. ‘김기종씨의 고향은 광주가 정확’이라는 제목의 강진일보 사설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본 지역민들의 마음이 후련했을 게 틀림없다.

강진일보 사설에 의하면 김 씨는 ̒강진에서 태어나지도, 자라지도 않았다̓고한다. 그의 부친이 강진에서 태어났을 뿐이다. 부친도 대학 졸업 후 외지에서 정착했기 때문에 강진이 고향이라는 표현도 어색하다는 이미지를 느낄 수 있게 서술했다. “김기종씨의 고향이 강진으로 소개된 것은 아버지가 태어난 곳을 아들의 고향으로 보는 호적법상의 맹점 때문이었다” 서울이나 광주, 부산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버지가 강진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자신의 고향을 강진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기종씨 고향이 강진이 아니고 광주라는 사실만 보도하면 그만인걸, 굳이 사설을 통해 논리적 주장까지 폈다.  유별난 고향사랑 열정이 피부에 와닿은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도대체 고향이란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 알고 싶어졌다. 네이버 사전을 펼쳐보았더니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그대로의 개념이 눈에 들어왔다 ➀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➁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➂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섬에서 태어나 자란 그로서 바다는 언제나 고향 같은 존재였다.) ➃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처음 생기거나 시작된 곳.(명작의 고향. 명곡의 고향).강진일보의 사설에서 강조하고픈 개념은 ➀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고향이 어디냐는 물음은 평생 따라다닌다. 그만큼 고향은 우리 인생에서 비중이 크다는 증좌다. 나의 경우 중학교까지 완도에서 태어난 후 자랐기 때문에 고향이 완도라는 답은 옳다. 호기심이 조금 더 발동되면 구체적으로 면단위를 묻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면 좀 주저스러워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청산도라고 답한다. 교직에 몸담았던 아버지가 여러 섬을 옮겨 다녔기 때문에 출생지는 평일도다. 하지만 아버지의 고향이 청산도인데다 여기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졸업까지 했으므로 청산도가 고향이라는 말이 크게 빗나간 건 아니다. 태어난 곳이라는 조건을 생각하면 상위개념인 완도라는 답이 마음 편하다.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만 고향이라 한다면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이 몇이나될까하는 의문이 생겨난다. 태어난 후 그 땅에서 자라고 뼈를 묻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다수가 어느 정도 자라면 외지에 나가 정착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➀(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번의 개념 적용은 무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하더라고 김기종씨의 고향은 강진이 아니라 광주광역시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만약 강진중학교를 졸업하고 광주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온 후 사법고시에 합격한 경우라면 고향 시비는 붙지 않았을 것이다. 되레 고향이라고 플래카드가 내걸렸을지도 모른다. 고향이라는 개념어는 명예라는 의미가 내연된 상태를 일컫는다는 사실을 다시 되새기게된다. 불명예스럽고 치욕스런 범죄자를 나의 고향사람이라네 하고 선전할 사람은 없는 것이다. 강진일보의 사설은 고향 사랑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김기종씨 고향 시비가 한창일 때 황주홍 의원은 고향투표제도를 들고나왔다. 지난3월 10일 유권자가 자신의 주민등록지와 관계없이 출생지(고향)나 가족관계등록지(본적)에서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자는 이른바 ̒고향투표제̓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대도시 유권자를 끌어오면 농촌 선거구를 합치지 않고도 인구 하한 기준을 맞출 수 있다는 논리다. 강진 선거구가 변방으로 밀려나 선택권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태는 막아야 곘다는 의지의 법안이다.

누가 어떻게 자신의 고향을 지키느냐하는 것은 중요하다. 어떤 정치인이 어떻게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느냐 역시 마찬가지다. 강진을 위한 두가지 시도가 모두 성공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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