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강진군청 문화관광과

강진군청 소속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4일차... 오늘은 아침부터 출장준비로 분주하다. 완도군 청산면(청산도)에서 열리는 ‘전남의 역점프로젝트『가고 싶은 섬 가꾸기』연찬회’ 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여행을 자주 가보지 못했던 나는 부푼 마음으로 빵빵해진 가방을 매고 군청으로 출근을 했다.

문화관광과 이준범 과장을 비롯한 5명의 담당 주무관들과 함께 강진군청을 출발해 완도여객터미널을 향하였다. 우리는 여객터미널에서 승선한 지 50분 만에 먼 바다에서 청산도를 볼 수 있었다.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배가 선착장에 당도하였다. 승객들이 하선하여 여유로웠던 선착장은 갑자기 북적이었다. 뭍에 다녀온 주민들도 많았지만 섬을 찾아온 여행객들도 많아보였다.

선착장에서 버스를 타고 연찬회 장소로 가는 도중 버스창문으로 섬마을의 풍경을 감상하였다. 5부 능선을 따라 굽이굽이 나있는 해안도로 아래에는 남해바다와 한가로운 포구가 보였고 삼치잡이배들이 보였다. 섬의 안쪽으로 들어와 보니 산등성이 위로 돌담길이 보였는데 산 위의 고성을 따라 걸으며 주변환경을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산책로였다.

버스를 탄 지 약 30분 후 느린섬여행학교에 도착했다. 슬로시티체험관인 느린섬여행학교의 건물은 폐교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모던한 느낌이었지만 정문만은 옛날 폐교정문을 그대로 두어 과거의 모습을 남기고 있었다. 섬을 찾은 여행객에게 어린시절의 향수을 느끼게 해주려는 배려처럼 느껴졌다. 방에 짐을 풀고 옥상에 올라가 주변 모습을 구경하였다. 좁은 길 사이로 논밭들이 꼬물꼬물 놓여있었고 올망졸망 농가들이 보였다.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경관이었다.

오후에는 강연장에서 연찬회를 했고 주제는 전남 지역 섬개발의 방향과 타시도의 성공적인 개발사례를 짚어보는 것이었는데 강사분들의 강의가 굉장히 재미있었고 강연에서 다루어진 타지역의 성공사례들이 감동적이었다. 연찬회를 하면서 우리군의 관광개발 방향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다.

전날 잠을 설쳤던 나는 피곤했는지 저녁 회식에서 술 몇 잔에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날 이른 아침, 학교 뒷산의 산짐승 소리에 눈을 뜬 나는 산책을 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한적한 시골의 아침길을 천천히 걸었다. 나의 뒤편에서부터 경운기를 타고 아침일을 하러 가시는 농부아저씨와 일찍 가게문을 여신 동네슈퍼 아저씨를 만나 가벼운 인사도 나누었다.

산책을 마치고는 강진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였고 아침배를 타고 뭍으로 돌아왔다. 섬 여행은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위한 감성여행이다. 고층 빌딩숲의 인공미와는 다른 여유롭고 정겨운 느림의 미학이 있다. 옛 고향의 향수를 느끼고 일상에 지친 마음을 힐링받을 수 있는 섬 여행은 기존 놀이위주의 여행과는 다른 새로운 여행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오랜 수험생활에 지쳤던 나는 이번 일정을 통해서 상당히 힐링이 됨을 느꼈다.

길지는 않았지만 뜻깊었던 1박2일의 출장은 큰 여운을 남겼다. 지자체와 주민이 함께 가꾸어논 청산도를 둘러 보면서 2015년『가고 싶은 섬』가꾸기 프로젝트에 선정된 우리 군의 가우도도 청산도처럼 관광개발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은 환경일 수 있다고 본다. 뭍과의 접근성이나 섬의 규모가 관광개발에 매우 적절하며 우리지역의 축제, 먹거리 등 여러 관광상품과 연계된다면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군민들도 지자체와 협력하여 훌륭한 관광개발을 할 수 있는 저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맛의 1번지, 남도답사의 1번지 강진군이 아닌가!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나의 공무원 지원동기를 회상해 보았다. 모든 이가 그렇겠지만 과거에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었고 많은 생각 끝에 주민을 위한 일을 해야겠다고 결정했었다. 신규 공무원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지금 나는 초심을 잃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 20년 뒤 미래의 나를 현재의 내가 칭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