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성전고등학교(7기 필리핀 단기 어학연수)

긴장 가득한 마음으로 시험을 본 게 엊그제 같다. 다음 날,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소식을 들었을 때 걱정이 한가득 쌓였다. 가서 잘 적응 할지, 말은 잘 통할지……. 걱정이 앞서 가고 싶다는 생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연수생 선발을 진행하셨던 강진군청 담당공무원 분들의 좋은 말씀이 기억났다. 그리고 그분들의 말씀처럼 이 어학연수가 정말 글로벌 인재로 향하는 한 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어학연수 생활에 임하겠다고 다짐하였다.

시간이 지나 인천공항을 향해 가야할 때가 되었다. 친구들과 마지막 연락을 하며 설레는 기분을 표현하기도 했고 떨리는 기분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 기분들 속에 걱정을 한가득 머금은 내 표정을 친구들은 짐작했을 것이다.

그런 나를 소리 없이 격려해준 친구들의 부러움 가득한 시선들을 한 몸에 받고 싱숭생숭한 기분으로 비행기에 올라 탄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춥기만 한 우리나라를 떠나 덥기만 한 필리핀을 향해 비행기가 달려갔다. 붕 뜨는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필리핀의 무거운 찝찝함과 무더운 공기가 나를 반겼다. 여기서 어떻게 생활하나 이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음 날,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입학을 했다. 긴장에 젖은 손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후에 정해진 시간표에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일과가 시작 되었다. 그  일상 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일정은 튜터와의 시간이다. 튜터들과의 시간은 정말 재미있었다. 그들의 작은 말 하나에도 웃음이 자연스레 나왔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그 모습이 가슴 깊이 박혀있다.

오전 수업의 선생님들은 최고의 선생님들이다. 지루하지 않게 농담을 던지고 우리들의 눈높이에 맞춰 수업을 진행해 주셨다. 잊지 못 할 수업과 추억을 선물해 주신 분들이 아닐까 싶다.

오후 수업은 고등학교 수업이었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수업 분위기가 적응되지 않았을 때, 가장 긴장했을 때, 먼저 다가와준 필리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순수한 친구들이 마음속에 남는다.

군청에서 똑같은 일상의 반복에 지루함을 느낄 때 즈음, 꿀 같은 휴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간의 차질이 생겨 아쉬움을 토로해 놓기도 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그 아쉬움이 세부로 가는 나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세부에서 함께 간 동기들과 재미있는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닐라를 가려고 했을 때 비행기 지연이 너무 심해서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있었다. 하지만 막상 마닐라에 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환영해 주고 마닐라의 아름다운 스페인 거리에 시선을 빼앗겨 지쳤던 것은 생각도 나지 않고 신나게 돌아다니기 바빴다. 그러고 나서 밤늦게 딸락으로 돌아오니 피곤함이 몰려왔다. 피곤함에 가려져 몰랐던 사실 하나가 있었다. 다음 주에 우리는 필리핀을 떠나야 했던 것이다.

졸업식은 내가 지금까지 했던 졸업식 중에 가장 특별했고 내가 하게 될 졸업식 중에도 가장 특별할 것이다. 졸업식을 위해 준비했던 모든 것들과 그 과정들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나중이 되어서도 마음 깊이 남아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떨어지지 않는 그 무거운 발걸음과 자꾸 뒤로 돌아가는 고개에 섭섭함이 잔뜩 묻어났다.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회장님 댁에서 먹었던 식사들과 회장님과 이모 그리고 언니랑 함께했던 추억들이 머릿속에 떠나질 않았다. 앞으로 볼 수 있을 지 없을지 모를 튜터들 그리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이야기 했던 모든 순간순간들에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모두에게 정이 너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필리핀에 꼭 가고 싶다. 그 뿐만 아니라 그들을 한국에 초대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다시 볼 수 있는 날을 기약했지만 언제 인지 모를 그 날을 꼬박 꼬박 기다린다. 그 것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하루하루 빠짐없이 그들과 연락을 하며 기다린다. 정말 그들을 초대해 한국의 문화를 느끼게 해주고 싶고 강진의 문화를, 고려청자를 보여주며 소개해 주고 싶다.

이게 그저 철없는 바람만 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란다.  강진에 도착하고나서 며칠이 지난 지금 생각을 해 보니, 정말 잊지 못 할 추억을 선물해준 강진군청과 강진원 군수님께 감사를 드린다. 단순히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가서 언어를 배우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어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우수한 학습 환경으로 정말 즐거운 어학연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 이 어학연수를 지원한 후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그 설렘이 크나큰 만족으로 돌아오는 정말 완벽한 연수였다고 생각을 한다. 이 추억이 시발점이 되어 앞으로 하는 모든 일들의 원동력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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