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 사이사이로 지나는 2.7㎞ 데크 산책길 비경

숲을 경영한다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숲을 경영한다는 말은 나무를 경영한다는 말이겠지요. 그럼 나무를 경영한다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말일까요. 나무를 심어서 키우고, 그렇게 커서 자라면 나무를 활용하는 일이겠지요.

그런데 숲을 경영한다는 말은 한가지를 새삼 끼워넣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숲을 경영한다는 것은 세월을 경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무가 빨리 큽니까. 숲속에서 나무는 보통 50년은 묵어야 나무대접을 받습니다. 나무가 큰다고 무조건 돈이 됩니까. 꼭 그렇지도 않는게 나뭅니다. 필자도 나무를 심어봤는데, 그게 참 그렇더군요. 잘 자라다가 서리 한방이면 꼬구라지는게 나무더란 말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이 지나도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밭에서 한창 자라고 있는 나무 성질대로 그냥 뽑아서 던져버릴수도 없고... 나무라는 건 참 묘한 것이였습니다.

그래서 몇 십 ㏊, 몇 백 ㏊ 잘 가꾸어진 숲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집니다. 그 정도의 숲을 만들기 위해서 산주인이 투자했을 시간과 돈은 엄청난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30년생, 50년생, 60년생 이상 나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그 사람들이 나무를 심었던 지금으로부터 30년전, 40년전, 또는 60년 전 우리나라 상황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지요. 모두들 목에 풀칠하느라 바빴을 때입니다.

돈을 벌려면 식품산업에 투자하거나 봉제공장을 세워 섬유를 생산할 때였습니다. 전자산업도 뭐 괜찮았겠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나무를 심었던 것입니다.

당시에는 그렇게 못살 때라 나무가 무슨 관상용으로 관심받을 때도 아니였고 요즘처럼 원목가구나 원목주택이 있을 때도 아니였습니다. 그들은 가장 어려운 시대 때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는 나무를 심었던 것입니다.

당시 나무를 심었던 사람들은 참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임업투자는 회수가 늦습니다. 나무는 빨리 크지 않지, 관리비는 많이 들어가지, 나무는 계속 심어야지... 그래서 조림사업을 중간에 포기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장성의 축령산 휴양림도 처음 주인은 부도가 나서 망하고 다른사람이 인수해 운영하다 산림청에 넘겼다고 합니다. 

이렇듯 요즘 소위 치유의 숲이다 무슨숲이다 해서 현대인들이 만병통치약 처럼 떠받드는 숲들은 설립자의 피와 땀, 인내가 스며있는 곳입니다. 숲에 가면 산 주인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우리 지역 칠량면 명주리에 있는 초당림도 그런 곳입니다. 초당림의 규모는 1천㏊가 넘습니다. 이곳에 편백 132만여 그루와 테다 소나무(미국 삼엽송) 105만여 그루, 백합나무 30만여 그루, 삼나무 18만여 그루 등 17종 440만여 그루의 나무가 덮고 있습니다.

숲 사이로 난 임도만도 50㎞가 넘는등 단일 조림 규모로 전국 최대랍니다. 참 대단한 곳이지요.
이곳은 버려진 민둥산이였습니다. 1968년부터 김기운 백제약품 회장 및 초당대 이사장이 조금씩 매입을 해서 조림를 시작했습니다.
 

계곡따라 꼬불꼬불... 주변 둠벙, 표고버섯 재배단지도 구경거리

김회장이 올해 91세가 되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김회장이 48세 되던해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도 올해 48세가 됐습니다만 저에게 지금 그런 일을 시작하라면 그렇게 못할 것 같습니다.

언제 돈이 될지 모르는 사업을 이 나이에 어떻게 시작합니까. 돈이 참 많다고 해도 말입니다. 깨진독에 물붓는 겪 아닙니까. 둠벙을 메우기 위해 돌멩이 하나 던지는 것 아닌가 말입니다.

그러나 김회장은 그 일을 했던 것입니다. 지난 50여년 동안 줄기차게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다행히 백제약품이 잘 나가서 재정적인 뒷받침이 됐습니다. 그래서 김회장은 ‘약장사해서 나무에 쏟아 부었다’는 말을 듣습니다.

김회장은 지금도 한 해 5억원 정도를 초당림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쏟아붓고’ 있다고 합니다. 90이 넘은 나이가 됐지만 한달에 한두번 반드시 찾아 나무가 커가는 모습을 확인한다고 합니다.

초당림에 이번에 참 좋은 산책로가 생겼습니다. 이름은 치유의 숲이라고 지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조림숲에 데크로 된 산책로가 2.7㎞나 이어집니다. 입구에서 시작하면 땅을 밟지 않고 데크 숲길을 2.7㎞나 걸을 수 있습니다.

데크숲길은 계곡을 따라 갑니다. 곳곳에 호수같은 둠벙이 보입니다. 한참을 가다보면 고드름이 된 작은 인공폭포도 있습니다. 좌우측 산비탈에는 표고버섯 재배단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 곳을 걸으며 지난 50여년 동안 세월과 돈을 투자한 이 산 주인의 노고를 꼭 되세겨 보기 바랍니다.

김기운 회장의 흉상

초당림 치유의 숲은 2009년 산림청이 전국의 우량 숲을 대상으로 공모한 ‘경영모델 숲’에 초당림이 선정돼 시작된 것입니다.

3년간에 걸쳐 30억원을 지원 받아 데크길 설치를 포함해 편백나무 숲 조성, 백합나무 조림, 산림학습원 조성, 숲 가꾸기 등 생태보전과 자연관찰 및 체험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마쳤다고 합니다. 산을 좋아하고 산책을 좋아하신 분들은 꼭 한번 다녀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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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이란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향기, 경관 등 산림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산림을 말합니다. 산림치유의 주요 인자로는 피톤치드, 음이온, 산소, 경관, 소리, 햇빛 등이 있습니다.

피톤치드의 주성분은 테르펜(Terpene)이라는 유기화합물로서 흡입하면 심신의 쾌적감을 주며 피로회복을 촉진합니다. 음이온은 도시보다 많은 양이 산림에 분포, 뇌파의 알파파를 증가시켜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산소는 도시의 공기 중에는 산소 농도가 20.9% 정도이나 산림에는 1~2%가 많은 산소를 함유하고 있고 깨끗, 신진대사와 뇌 활동을 촉진시킵니다. 

경관은 아름다운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의 안정에 효과, 녹시율(綠視率)이 높을수록 정서적 안정감이 증가 합니다. 소리는 바람소리, 나뭇잎소리, 계곡물소리 등은 쾌적감과 평안감을 제공하고, 나뭇잎이 필터 역할을 한 간접 햇빛은 비타민 D를 합성하는 데 기여하고 세로토닌을 잘 분비시켜 활력과 생기를 부여한다고 합니다.<자료=NAVER 지식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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