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은 향학열… 요양보호사자격증 취득

목포제일정보고 초등반 1학년 재학중
멈추지 않은 향학열… 요양보호사자격증 취득
조각보만들기, 황토염색등 각종 강좌도 닥치는대로 수료

윤난연 할머니가 학교에서 배울 과목을 예습하고 있다. 윤할머니는 글을 이해하지만 제대로 읽지를 못했으나 지금은 제대로 이해하고 읽을 수 있는 기쁨에 빠져 있다.
성전면 대월마을 윤난연(71) 할머니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만 되면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낸다. 목포에 있는 제일정보고등학교 초등반 수업을 위해 새벽에 집을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목포 제일정보고는 학업의 기회를 놓친 성인들을 위해 운영되는 학교로 초등반의 경우 3년정도를 하면 중학교 입학자격이 주어진다. 꾸준히 공부하면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칠수 있는 곳이다.

윤난연 할머니는 초등반 1학년이다. 학교에 가기위해 성전면 소재지까지 나가서 목포행 버스를 탈때도 있고, 승용차를 운전해서 영암의 독천으로 간 다음 그곳에 차를 세워놓고 목포~독천을 오가는 좌석버스를 이용할때가 많다. 아침 9시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집에서 7시 30분에는 나서야 한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어두컴컴 할 때가 많다.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걷는 것 조차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윤할머니는 지난 1년 동안 학교를 결석해 본적이 없다. 목표는 하나다. 글을 제대로 읽을줄 알기 위해서다. 글을 이해는 하지만 정확히 읽지 못하는게 큰 한이다. 윤할머니의 배움열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저 소리나는데로 읽는 한글이였지만 5년전 2종 운전면허자격증을 땄다. 한번도 낙방이 없이 필기에서 실기까지 딱 한번에 끝냈다.

또 군청이나 면사무소, 교회에서 하는 각종 교육은 빼지 않고 참석했다. 페인팅교육이라든가, 조각보 만들기 강연, 황토염색체험등도 일찌감치 수료를 했다. 황토염색체험은 요즘에는 대월마을에 체험오는 사람들에게 강의를 할 정도다.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3년전에 땄다. 모두 한글을 완벽하게 읽지 못할 때였다. 요즘에는 일주일에 세차례씩 노인돌보기 도우미로 시간을 쪼개 쓰고 있다.

마을에서 면소재지나 읍내까지 공부하러 다니다 보니 보통 불편한게 아니여서 용기를 내서 면허증도 땄고 어려운 살림에 중고 승용차도 샀다. 모두 이것저것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6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윤할머니는 집안 형편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했다. 한글을 이해는 했으나 제대로 읽지 못한게 평생 한이였다. 젊었을 적 자녀들을 키울 때는 감히 공부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글에서 끈을 놓지 않기 위해 평생 혼자서 이것저것 읽기를 했다. 인근 군인교회에 나가며 성경을 잃으면서 글과 인연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그러다가 3남1녀를 다 출가시킨 6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한 평생한을 풀고 싶었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노인들에게도 글을 가르치는 곳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으나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성전면 소재지의 한 미장원에서 우연히 제일정보고등학교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길로 달려가 입학원서를 썼다.

“어떻게 해서든지 중학교 과정에 입학하는게 지금의 큰 꿈입니다. 한 2년 고생하면 틀림없이 중학교에 갈 수 있겠지요 . 잘하면 고등학교도 갈수 있다니까 공부를 쉬지 않고 계속 할것입니다”
윤할머니의 초등반에는 모두 40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그중 윤할머니 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도 3명이나 있다. 영암의 한 할머니는 80세가 넘었는데 학구열이 막상막하다. 그래서 ‘강진학생’이 ‘영암학생’에 질 수는 없어 보이지 않은 경쟁을 하고 있다. 한가지 부러운 것도 있다.

영암의 할머니는 군에서 학비지원도 해주고, ‘군수님’이 수시로 전화해서 격려도 해주더라는 것이다. 우리 강진도 나이 들어서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는 주민들에게 힘을 주고 격려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하는게 윤할머니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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