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제주 토박이 문항진씨

제주시 건입동 전라도동산 바로옆 연립주택에 사는 문항진(80)씨는 제주 토박이다. 80년대 중반 바닷가쪽에 살다가 이곳에 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집을 새로 장만해 이사왔다. 그때는 해남촌이 이미 이주정책 때문에 많이 해체된 후였지만 그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60, 70년대는 제주도에 들어온 전라도 분들도 가난했지만 제주사람들도 참 어려울때 였어요. 다들 힘들 때였죠. 그 세월을 다들 어떻게 겪어왔는지 제가 생각해도 안쓰러운 마음이 절로 듭니다”

문씨는 지금도 남아 있는 흔적들 중에 열평이하 짜리 집은 모두 옛날 호남사람들이 살았던 곳이라며 손가락으로 가르쳐 주었다. 초창기 제주 사람들은 호남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솔직히 말해 좋은 편은 아니였지요. 갑자기 육지사람들이 밀려 들어오니까 이런저런 마찰들이 많았습니다. 제주의 인심도 육지 사람들이 오면서 많이 달라졌어요. 그래도 부두에서 제일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육지사람들이였으니까 제주발전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였지요”

전라도동산에서 호남사람들의 단합이 잘됐기 때문에 주변 제주사람들과 큰 교류는 없었다고 한다. 서로 먹고 사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따뜻한 대화는 못나눠봤다는 것이다. 문항진씨의 집은 정송남 할머니의 집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해남 출신 정할머니도 인생의 황혼을 맞고 있고, 제주 토박이 문할아버지 역시 황혼을 보내고 있었다. 변함없는 것은 북쪽으로 아스라이 펼쳐져 있는 바다뿐이였다. 그 위로 예나 지금이나 제주도와 육지를 이어주는 배들이 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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