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량 호암 생쌀막걸리’ 상표

칠량주조장 정성남 사장이 갓 담은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정사장은 요즘 하루 서너병씩을 팔고 있는데 그나마 내년 6월이면 영영 칠량막걸리를 구경할수 없게 된다.
극소량 만들어, 오는 사람에게만 판매중
정성남 사장 “내년 6월까지만 한다”

칠량에서 막걸리가 생산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칠량주조장에서 분명히 지금도 막걸리가 생산되고 있다. 판매방법이 독특할 뿐이다. 슈퍼나 술집에는 주지 않고(아니 못하고) 먹고 싶은 사람이 직접 와서 사가는 식이다.
 
그렇다 보니 홍보도 거의 되지 않고 있고, 판매량도 극미량이다. 한달에 10말, 그러니까 요즘 막걸리병으로 30병 정도를 팔고 있을 뿐이다. 평균 하루 한병 꼴이다. 막걸리 한병값은 850원. 그야말로 유통비를 확 뺀 가격이다. 이 때문에 직접 술을 ‘받으러’ 양조장까지 오는 단골고객이 꽤 있다. 

그렇다고 주인이 마음을 조급하게 먹고 있는 것도 아니다. 벌써 40년 양조장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정성남(71)사장은 “일없으면 심심하니까 건강을 위해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사장이 칠량주조장을 인수한 것은 1982년이였다. 이곳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주조장을 사버렸다. 막걸리 기세가 막 꺾일 때였다. 그러나 칠량막걸리가 강진에서 유명했기 때문에 잘 팔렸다. 하루에 100말을 팔 때도 있었다.

자신이 생산에서 판매, 배달까지 도맡아 하다시피했다. 돈도 꽤 모았다. 그러다가 막걸리 산업이 걷잡을 수 없게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죽을 맛이였다. 80년후반이 되자 면단위 양조장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정사장도 몇차례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그나마 소일거리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막걸리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막걸리가 다시 히트를 치기 시작했다. 막걸리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러나 정사장은 시설을 확충하지 못했다. 돈도 돈이지만 수억원을 투자해도 이를 물려받겠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였다. 막걸리 인기를 타고 다시 우뚝 일어선 양조장들이 있었지만 정사장은 그 바람을 타지 못했다.

그냥 그 시설로, 그 방식대로, 그 맛의 막걸리를 ,그만큼의 양만 생산하는 방식을 벌써 20년 이상 이어오고 있다. 플라스틱 병을 한번 주문하면 기본수량이 1만개인데 3~4년은 쓰고 있다. 판매량이 그만큼 적다는 말이다.

정사장의 막걸리 상표는 ‘칠량 호암생쌀먹걸리’. 순우리쌀로 만들기를 고집하고 있다. 다른 재주를 부리지 않고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고 있다.

호암은 칠량면소재지 뒤쪽에 있는 산 이름이다. 필자가 막걸리를 한잔 마셔 보았다. 시원하고 개운했다. 누룩냄새가 많이 나지 않고 목넘김이 좋았다. ‘이 정도면 다른 막걸리들과 경쟁할만 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사장의 ‘방식’도 여러 가지 시련을 맞고 있다. 단순히 막걸리가 많이 팔리지 않아서 겪는 시련만은 아니다. 갈수록 식품생산 기준이 강화되면서 식약청등이 와서 시설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병 자동세척기도 마련해야 하고, 유통기안 인쇄기, 자동주입기등 양조장이 갖추어야 할 자동화시설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 기한이 내년 6월말이다. 식약청 생산기준을 충족하려면 10억원 정도는 투자를 해야할 정도로 기준이 쎄졌다. 결국 정사장은 내년 6월까지만 칠량막걸리를 생산하고 막걸리 만드는 일을 중단하기로 맘 먹었다.  

정사장은 “어떻게 해보고는 싶은데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며 “나도 나이가 어느정도 됐기 때문에 막걸리를 계속할 마음이 예전만 못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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