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 소유된 신전남초등 건립한 주민들

“우리학교가 어떻게… 참담한 심정이다”

1980년 대 초반 신전 송천마을에서 반장을 맡으며 모금운동을 주도했던 김주운씨가 학교앞에서 옛날 학교를 짓느라 울력하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신전남초등학교 부지가 진도해역에서 침몰돼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소유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당초 이 학교를 세울 때 재산을 기부하고 울력을 했던 주민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83년 개교한 신전남초등학교는 개교 16년만인 1999년 8월 폐교됐고, 이후 9년여 만인 2008년 세월호 선사인 (주)청해진해운이 매입해 실 소유주가 이 회사로 돼 있다.

주민들은 폐교의 주인이 그동안 교육청인 줄로만 알고 있다가 이번에 진도에서 사고가 나고 전국에 산재해 있는 청해진해운의 재산이 공개된 후에야 폐교의 소유주를 알게 됐다.

인근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신전면 송천, 사초, 용화, 벌정 마을의 주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린 초등학생들이 4㎞ 이상 떨어져 있는 신전초등학교로 학교에 다니는 것이였다. 아이들은 논둑길과 산길을 따라 매일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마을주민들은 자식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자고 의기 투합했다.  송천마을 출신 강경학(작고)씨와 양회화(작고)씨등이 주도가 되어 학교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가장 필요한게 학교부지였다. 현지 주민들이 학교부지를 마련하면 학교인허가가 그만큼 빨리 진행되는 것이였다.

몇몇 유지들이 나서 목돈을 내고 각 마을별로 대대적인 성금 모금운동이 시작됐다. 당시 송천마을에서 반장을 했던 김주운(71)씨는 “각 마을, 각 반별로 모금반을 정해 장부를 만들어 매일같이 집을 찾아 다녔다.
당시 주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뻔하지 않았겠나. 그야말로 십시일반이였지. 저 학교가 그렇게 해서 지은 학교인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2년여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인가가 나왔고, 마을주민들이 십시일반 모금해 마련한 학교부지는 교육청에 기부채납형식으로 기증했다.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운영해 준다면 그정도의 부담은 모두 짊어지겠다는 각오였다.

학교부지는 가장 좋은 명당자리로 했다. 야산과 밭이 있는 산이었는데, 간척사업을 하기전에는 사초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치 좋은 곳이였다.

부지를 기증한데 이어 학교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도 마을주민들이 대대적인 울력에 나섰다. 각 마을별로, 마을에서도 각 반별로 돌아가며 울력에 참여했다. 벽돌을 나르고 운동장을 골랐다. 뜻있는 향우들도 학교건물을 짓는데 적극 희사하고 나섰다.

그렇게 해서 건물이 들어서고 1983년 9월 드디어 건물이 준공됐다. 최현채씨가 피아노를 비롯한 시청각 교재를 기증했다. 학교에서는 큰 잔치가 벌어졌다. 주민들은 “이제 우리 아이들도 편안하게 공부하겠다”고 생각했다. 다음해 초 학교가 정식 개교하면서 10여명의 선생님들도 왔다. 선생님들은 이웃 마을 주민들과 한가족처럼 함께 지냈다.

김주운씨는 “그때는 바다에 낙지가 흔할 때였다. 마을주민들이 밤이 되면 낙지를 잡아다가 선생님들을 대접했다. 서로 형님 동생하며.... 그땐 참 좋았다”고 회고했다.

그런 세월이 15년 정도 이어지다가 학생들이 급감하면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선생님들도 아쉬웠고, 주민들도 너무 아쉬웠다. 인근마을 주민들은 “우리들의 손으로 직접 짓고 자식들이 다닌 학교로 애정이 많았지만 사람이 줄어들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주민들은 이 학교가 느닷없이 청해진해운 소유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학교를 짓고, 그 학교에서 자식들을 교육시켰는데 그 학교가 많은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청해진해운(주) 소유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한 출향인은 참담하다고 했다. 이 출향인은 “폐교부지는 학교설립을 위해 인근 주민들이 토지매입대금을 마련하여 구입한 것이였고 학교설립후 강진교육청에 기부채납 했는데 매각과정에서 학구민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폐교를 매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들을 많이 죽인 회사가 학교 부지를 소유하게 됐다는게 너무나 참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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