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출산 경포대계곡, 또 다른 신비함이 있다

봄이 조금씩 찾아오고 있는 월출산 계곡에는 요즘 해빙기를 맞아 시원한 물줄기가 곳곳에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계곡수 풍부, 나뭇잎 없어 물소리 멀리 울려퍼져

계곡의 물소리는 여름에 잘 들릴까, 겨울이나 봄에 더 멀리 갈까. 이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요즘에 월출산 경포대 계곡에 가보는게 좋다. 초봄에 들리는 계곡의 물소리가 보통이 아니다.

며칠 전 내린 비때문인지, 아니면 땅이 풀리면서 흙속에 갖혀 있던 수분이 빠져나오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3월 중순, 요즘 월출산 계곡은 여름 장마철보다는 못하더라도 봄비가 찐하게 내린 계곡마냥 물이 넘치고 있다.

한 겨울에는 요즘처럼 물이 많을 수가 없다. 강수량이라야 쌓인 눈이 녹은 물이 있을 정도기 때문에 한겨울에는 계곡에 물이 귀하다. 봄이 오는 길목, 간간히 비가 내리는 요즘, 월출산 계곡은 숨은 비경을 자랑한다.

3월 중순 월출산은 애매하다. 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다. 강진읍내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지만 월출산 계곡에는 한기가 가득하다. 낙엽을 떨 군 낙엽수들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채 이따끔씩 부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 그러니까 초봄에 비가 내려 계곡물이 불어나고, 나뭇가지는 앙상해서 바람 조차 쓸쓸한 이때에 월출산 계곡은 새로운 모습으로 깨어난다.

계곡물이 넘치는 모습이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멀리서도 조망이 가능하다. 바짝 마른 나무 가지 사이로 하얀 계곡수의 포말이 쉴새없이 퍼져 나간다. 앙상한 가지와 푸짐하게 흐르는 계곡물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사람의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커다란 나무잎이 무성한 여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나뭇잎은 신비하게 계곡을 숨긴다. 여름철 계곡수의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가까기 접근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아니다. 앙상한 가지들이 숨김없이 계곡을 보여준다. 금릉경포대의 웅장함도 멀리 떨어져 구경할 수 있고, 그 한참 위쪽 등산로와 한참 떨어진 계곡에서 물이 움직이는 모습도 나무들 사이로 아름답게 드러난다.

월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김병창 자원보존계장은 “봄가뭄이 심하면 요즘 시기에 이 정도의 계곡수를 구경할수 없는데 올해는 유난히 물이 많이 내려오는 것 같다”며 “낙엽이 없는 계곡에서 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요즘에 월출산 남쪽 계곡으로 등반하는 사람들은 한 여름에 볼 수 없는 절경을 구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은 월출산 계곡의 물소리다. 이 역시 나뭇잎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물소리 또한 한여름 나뭇잎이 무성할 때는 생각보다 멀리 가지 못한다. 크고 작은 나뭇잎들이 소리의 확산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활엽수가 많은 곳일수록 그렇고, 큰 나무가 많은 곳일수록 소리는 멀리가지 못한다. 무성한 나무가 소리를 흡수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런 장애물도 없는 시기다. 나뭇잎은 싹수도 없어서 소리가 퍼지는 것을 방해하지 못한다. 앙상한 가지들이 물소리의 흩어짐을 막으면 얼마나 막겠는가. 계곡을 흐르는 생명력 있는 물소리는 가지 사이사이를 뚫고 뚫어 온 산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토요일인 지난 15일 오전 7시경 월출산 금릉경포대 주변 등산로. 계곡의 물소리가 은방울 처럼 울려 퍼진다. 멀리서도 나무 사이로 하얀 물이 보였다.

계곡쪽에 가까지 가지  않았지만 평소때에는 보이지 않던 절경들이 사람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 계곡물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도 물소리가 오랫 동안 등뒤를 따라 왔다.   

광주에 온 등산객 남병태(54)씨는 “원래 겨울산은 쓸쓸함을 느끼기 위해 온다고 하는데 월출산 계곡에 많은 물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큰 힘을 얻었다”며 “주변에 높은 봉우리들이 많고 나뭇잎도 모두 떨어진 상태로 물소리도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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