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은 정해진 토론자 토론 끝난 후 사회자로부터 허락받아 발언해야

19대 국회의원 선거 합동토론회가 열린 지난 2012년 2월 10일 강진아트홀 대공연장. 지금으로부터 딱 2년전의 일이다. 1천여석의 좌석이 꽉 메워졌고 연단에는 다섯명의 국회의원 후보들이 착석을 했다. 후보들의 모두 발언이 끝나고 곧바로 상호토론이 시작됐다. 한 후보가 어떤 사안에 대해 설명을 하자 관중석에서 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똑바로 해” “거짓말 하지마”
그러자 곧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후보 지지자가 “뭐야, 시끄러. 주체측은 뭐하는 거야” 순간 토론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후보들간에 열띤 토론을 해야할 토론회가 지지자들의 말싸움으로 와전된 것이다.

사회자가 ‘나중에 관중석에게 질문 기회를 드릴 것이고,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퇴장을 명할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방송을 했지만 감정이 격해진 양측은 사회자의 경고는 아랑곳  하지도 않았다.

결국 사회자의 ‘간절한 애원’ 끝에 사태가 가까스로 진정되면서 토론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얼마후 다른 주제를 가지고 후보들이 격앙된 토론을 벌이자 다시 관중석에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거짓말 하지마. 그만 속여. 똑바로 해”
“아 조용히 해. 들어 보자고. 저런 사람 퇴장시키지 않고 뭐하는 거야”
그 상황에서도 사회자가 여러차례 ‘관중석에서는 조용히 해야하고 계속 소란을 피우면 퇴장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도무지 통하지가 않았다.

토론이 다시 재개됐지만 토론장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관중석의 돌출행동 때문에 시종 위축된 분위기였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했던 한 인사는 “후보자에게 할 질문에 신경을 써야 할텐대 관중석에서 돌출행동이 나올까봐 조마조마 하느라 죽을 지경이였다”고 토로했다.

당시 토론이 무질서하게 변했던 것은 주최측의 준비부족도 있었지만 토론을 객관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관객들의 질서가 깨졌기 때문이였다. 토론회장은 토론의 당사자들이 있는 것이고, 관객들은 그 당사자들의 토론이 끝난 후에 사회자의 허가를 받아 발언을 해야하는데 그 중간에 관객들이 당사자들의 토론에 끼어든 것이다.

지역에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소란을 피우는 관객을 끌어내기 위해 경찰을 입회시켜놓을수도 없는 입장에서 토론장의 질서 유지는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정착시켜야할 문화로 꼽히고 있다.

비슷한 일은 20일 열린 ‘강진문화원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군민 토론회’에서도 벌어졌다. 주제발표자들의 발표가 끝나고 정해진 사안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기도 전에 관람석에서 주제와는 상관없는 말들이 튀어나왔다.

어떤 참석자는 주제발표자의 자격을 문제삼으며 토론회의 김을 빼려했고, 또다른 참석자는 “다 나가버립시다”하며 토론회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주제발표자들 사이에 토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자가 부분별로 토론회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관객들이 소란을 피우면서 질서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 대해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관람석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은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일이였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공식 비공식적인 토론회 성격의 자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토론자들의 토론질서는 물론 관람객들의 질서준수가 진지하게 요구되고 있다.

토론을 듣고 사회자로부터 발언권을 얻어서 하고싶은 말을 하는게 토론회 질서의 기본이다. 조금만 노력하고 적응하면 가능한 일인 것이다.

주민들은 “우리도 지역사회에서 토론문화를 정착시킬 때가 됐다”며 “이번 지방선거가 지역의 토론문화를 한층 격상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 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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