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 / 완도금일고등학교 교사

“각 마을에 분포돼 있는 요지들이 시대변천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

대구 사당리 요지는 지금의 청자박물관 바로 곁에 보존돼 있다.
 전국의 고려청자 가마터의 분포 상 특징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서해안과 남해안 일부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특히 전라남북도 지방에 집중되어 있다.

부안, 강진, 해남, 고창, 진안, 고흥, 함평, 영광 등지에 360여 개소의 가마터가 집중되어 90% 가량의 요지가 전라남북도 지방에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옛날 고려청자를 굽던 가마터에 대한 관심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부터였으나 강진의 고려청자 요지에 관한 종합적인 지표조사는 해강도자미술관의 조사단에 의해 1991년 8월부터 1992년 2월까지 6개월 간 이루어졌다. 당시의 지표조사 결과에 의하면 강진의 청자 요지는 대구면 일대의 용문천 좌우 구릉 지대에 집중적으로 남아 있다.

용문천 상류의 운곡, 항동, 용문 부락을 포함하는 용운리에는 모두 67개소의 요지가 확인되었는데 주로 해무리굽 잔으로 대표되는 초기 요지가 약 반 수 이상을 차지하여, 고려 전반기의 청자 요지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용운리에서 용문천을 끼고 내려오다 계치마을, 청룡마을, 율촌마을, 묘산 부락을 총칭하는 계율리에는 40여 개소의 청자 요지가 확인되었으며, 이들은 대부분이 12세기 후반에서부터 13, 14세기에 걸치는 상감청자 요지들로 용운리 일대의 청자보다는 후기의 청자가 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계치 골짜기를 지나 용문천 하류의 비교적 넓은 들을 지나고 있는 곳이 사당리와 수동리이다. 여계산 밑의 산록에 자리 잡은 당전부락과 해변의 미산부락, 백사부락을 포함하는 사당리 요지는 40개소로 그 중 당전부락을 중심으로 해무리굽 청자가 발견되는 요지가 4개소이고, 12세기 중반의 청자 전성기 요지군이 집중 분포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13, 14세기의 상감청자 요지로 알려져 있다.

당전부락 일대에서 발견된 비색 청자의 요지는 강진 일대의 160여 개소 청자 요지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비색청자의 완성과 상감 기법의 세련을 보인 고려 시대 청자의 핵심인 곳이다. 또한 미산부락 일대에서 발견되는 청자 요지군은 강진 일대에서 가장 늦은 14세기 중, 후반 경으로 추정되어 고려청자가 언제, 어떻게 쇠퇴해 갔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그리고 사당리보다 해변에 가까이 위치한 수동리에 5개소의 요지가 확인되었으며, 모두 13~14세기 후반의 상감청자를 주로 제작한 요지들이다. 한편 용운리와 산 하나를 경계로 칠량면 삼흥리 일대의 남산부락 주변에도 7개소의 요지가 조사되었는데 모두 용운리 일대의 청자 요지에서 출토된 청자편과 유사하여 11세기경에 제작 활동을 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상과 같이 시기에 따라 용문천 상류 지역으로부터 해변 쪽으로의 가마자리의 이동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화목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으로의 자리이동과 함께 중앙 귀족들을 중심으로 한 고려청자의 수요량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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