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국 / 강진귀농인협의회장. 강진읍 호산마을

아주 참담한 마음으로 가장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 하나를 떠나보냈습니다. 생각할수록 서럽게 북받치는 슬픔 때문에 돌아보기 어려웠지만 그와의 인연을 회고해 봅니다. 김현주 선생과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5년이 넘었습니다.

아이처럼 맑은 영혼을 지녔으며 욕심 없이 베풀기를 좋아했습니다. 순수했으며 공정하지 못한 세상에 분노하고 행동하는 열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늘 웃음과 행복을 나눠주었고 상처 입은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막걸리를 좋아하고, 물고기를 잡더라도 우리 먹을 것이라며, 남 먹이는 것을 좋아하고, 부질없는 짓이 아닐까 하면서도 늘 저만큼 하고 있는 해학적인 실천가였습니다.

낯선 곳에 자리 잡은 귀농인들을 위하여 우리 문화 속에서 농민으로 위안 받게 하자고 만들었던 풍물패 ‘그라제’는 어느덧 강진사회의 일원이 되어 이곳저곳에서 그가 가르쳤던 농악소릴 들려주고 있습니다. 세상을 등지기 이틀 전에도 늘 가던 막걸리 집에서 “형님 괜찮소” 하는 위안을 주던 그가...
그가 홀연히 떠나버렸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 깊은 상처만 남겨주고...

그의 핸드폰에 남겨진 글 이지요.. “오늘은 가다 여기서 놀고 내일은 가다 저기서 놀고, 얼싸, 절싸” 다른 곳으로 놀러 갔겠지요. 그가 떠난 지금... 강진은 다시 낯선 곳이 되었습니다. 이리 많은 사람들 가슴속에 올올이 사랑 꿰어 놓고 이리 많은 사람들 가슴속에 휑한 생채기를 남겨놓고 마주했던 탁자 위 저 술잔의 주인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요?

쇠소리가 날 때마다, 막걸리 잔을 기울일 때마다, 그가 생각날 것입니다. 편히 가시라, 친구여, 그대 때문에 살만한 세상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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