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 / 완도금일고등학교 교사

병영면 소재지에서 서쪽으로 들판을 가로질러 난 작은 도로를 따라 1.5km쯤 가면 하고리와 중고리가 나오는데 이곳이 병영성이 생기기전 옛 도강현의 치소가 있었던 자리이다.

이곳은 강진읍이나 병영에서 영암을 지나 나주-광주-서울로 이어지던 과거의 주요 도로가 지나던 길목이자 병영성의 출입관문이었다. 지금도 병영에서 배진강을 지나 토마치재를 넘는 길을 ‘한길’이라 부르고 있다.

면소재지에서 하고리로 연결되는 길 중간 지점의 배진강 옆에는 ‘홍교’라고 부르는 멋진 무지개다리가 하나 있다. 이 홍교는 일명 배진강 다리라고도 하는데, 높이 4.5m, 너비 3.1m, 길이 6.75m의 크기로 장방형 화강석재 74개를 홍예형으로 결구하고 잡석을 채워 보강한 다음 점토로 다리 위를 다졌다.

특이한 축조 방식과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홍예의 그 미적인 면이나 건축공학적인 면에서 병영의 명물로 자랑하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특히 홍예의 상단 중앙에 돌출시킨 용두(龍頭)는 여의주를 입에 물고 풍운조화를 일으키려는 듯 머리를 치켜들고 있는데 그 모습은 매우 해학적이면서 조각의 정교함과 미려함이 다른 어떤 홍교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은 명맥이 끊겼지만 옛날에는 병영사람들이 매년 정월 보름이면 이 홍교 위에서 ‘다리밟기’를 했다고 한다.

이 홍교는 배진강 부근에 살던 종 유총각과 부유한 주인의 딸 김낭자 사이에 신분을 초월한 사랑의 인연이 있었고, 이들의 아들 유한계(1688~1794, 병영 출신 숭록대부)가 높은 벼슬을 받고 금의환향하자 이를 기념하기 위해 양한조란 인물이 감독하여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한편 원래 이 홍교 앞에는 병영성을 수호하기 위해 세웠다는 독특한 형상의 벅수 한 쌍이 있었는데 1980년대 중반 도난당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옛 모습대로 세워 세워진 벅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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