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환과 김이정의 직사를 파면시킬 것을 아뢰다

추노(推奴) 배환… 자신의 발등을 찍다

몇해전 추노(推奴)라는 TV드라마가 높은 시청율을 기록한 적이 있다. 도망간 노비를 쫒는 사람들이 이야기였다. 조선시대 노비들이 도망간 사례가 많았고, 이를 쫒는 사람들의 역할도 많았다. 세종때에는 도망간 자신의 노비문제를 처리하면서 사사로운 감정을 이입시킨 전라감사와 전라감사의 명령을 시행한 강진현감이 파직된 사건이 있어 관심을 끈다.

배환(裵桓 1378 ~ 미상)은 안동출신의 문신이였다. 배환이 충청 감사로 있을 때였다. 자신의 노비가 도망가 강진현의 김윤이란 사람의 집에 숨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마침  배환은 그로부터 얼마 후 전라감사로 오게 된다. 사건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고 있을 때였다.
 
배환은 전라감사로 부임한 이후 가장 먼저 강진현을 찾았다. 사건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노비를 숨겨준 김윤을 불렀다. 그러면서 ‘어찌 나의 종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였는가“라고 엄한 문초를 했다. 또 강진현 수령 김이정에게는 노비를 채포해 조사하게 했다.

그런데 배환은 이 일이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게 부담스러웠다. 자신의 사적인 일을 처리하기 위해 관직을 동원하고 있는 모양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환은 현감 김이정에게 조사자료에서 자기 이름을 삭제하고 죽은 형 배권(裴權)으로 고쳐 쓰게 했다. 일종의 공문서를 위조한 셈이다.

김이정은 감사의 명령을 겁내어 그렇게 문서를 고쳤고 배권의 노비를 숨겨준 김윤을 취조해서 즉결심판을 통해 노비를 숨겨준 돈을 치르게 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은 조정에 보고되고 만다.

사헌부 정이한이 세종임금에게 아뢴다 “대저 감사는 곧 한 지방을 통찰하는 사람인데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장차 어떤 얼굴로 공무를 집행하겠습니까. 배환과 김이정의 직을를 파면시키고 추핵(推劾)하소서”
세종은 처음에 파면요청을 따르지 않는다.
 
‘감사는 중요한 임무이니 여러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파직을 하겠다’며 의정부에 의견을 요청했다. 그러나 며칠 후(12월 3일)올라온 의견도 파직이였다. 세종은 그리하라고 했다. 그후 배환은 세종 28년 복권돼 진주목사를 하게 되고, 2년 후에는 세종이 나이 70이된 배환을 유임하도록 특명을 내린다. 세종의 신뢰가 상당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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