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시라시 씨 말랐어”
하루 2천마리 잡히던 것
지금은 한 마리 못잡을때도

최남준 이화자씨 부부
그나마 가격 좋으니 다행
한 마리 5천500원 받아
“내년에는 더 줄어들 것”


두 눈만 깜했다. 필리핀 심해에서 강진앞바다까지 약 3천㎞를 헤엄쳐 올라오며 모든 영양분을 소비한 듯 온 몸이 투명했다. 그러나 아직도 힘이 남아 있는 듯 끊임없이 몸을 뒤틀었다.

4일 아침 8시 30분. 칠량 구로 선착장에서 시라시(실뱀장어)를 잡으러 떠나는 배에 올랐다. 날씨는 흐렸지만 춥지는 않았다. 배의 주인인 최남준(63)씨는 40여년 째 실뱀장어를 잡고 있는 어부였다. 부인 이화자(50)씨도 중무장을 하고 배에 함께 탔다.

농수산물이라는게 수요과 공급의 법칙을 따르게 마련이다. 실뱀장어가 귀해졌다고 하지만 대신 가격이 뛰었다. 지난해 한 마리에 1천300원하던 실뱀장어가 올해 5천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비행기에 태워 수입해 오는 것 보다 2천원 정도 싼 가격이다. 그러나 10마리만 잡아도 5만5천원이고, 100마리를 잡으면 55만원이다. 어민들 입장에서 꽤 짱짱한 수입이다.

최남준 이화자씨 부부가 지난 4일 오전 칠량 구로앞바다에서 실뱀장어를 잡고 있다.
최남준씨의 어장은 선착장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배를 멈추고 곧바로 그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최씨가 부표를 올리고 줄을 당기자 모기장 보다 촘촘한 그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둥그런 채를 놓고 그 위에서 그물의 끝을 풀었다. 안에 뭉쳐있던 어린 새우같은 것들이 채 위에 쏟아졌다.

1차 점검이 시작됐다. 새우젓 처럼 수북히 쌓인 새끼고기들 사이에서 무언가 움직이는게 보였다. 실뱀장어였다. 부인 이씨가 붓을 놀려 세 마리를 골라냈다.

이어서 둥근 체속의 치어들을 물이 가득찬 다라이에 부었다. 그곳에서 2차 정밀 검색이 시작됐다. 사각형의 작은 체를 이용해 다라이를 저었다.

그러면 체 위에 고기들이 가지런히 뭍어 올라왔다. 1차 점검때 보다 속이 훤히 보였다. 치어들 속에서 실뱀장어들이 분리됐다. 마지막으로 뜰채를 이용해 다라이의 바닥을 긁어 실뱀장어를 골라냈다. 바닥에 쌓인 다른 치어들은 바다로 돌려보냈다. 첫 그물에서 30여마리의 실뱀장어가 잡혔다.  
   
최씨는 “날씨가 좋더니 오늘은 시라시가 많이 올라온 편이다. 어제는 두세마리가 전부였다”고 했다.
최씨 부부는 이날 여섯곳의 그물에서 200여마리의 실뱀장어를 잡았다. 괜찮은 수확이었다. 이날은 실뱀장어들이 올라오기에 최고로 좋은 세 물때였다. 물쌀이 약할 때다. 마침 날씨까지 풀려 수확이 좋았던 것이다.
 
최씨 부부는 “올들어 가장 많이 잡은 날”이라고 좋아했다. 이렇게 잡힌 실뱀장어는 광주나 보성의 중간수집상들이 가져가서 양만업자들에게 판매된다.

실뱀장어 잡이는 보통 정월대보름이 지나면 시작해 4월 중순까지 계속된다. 물살이 빠른날은 작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으면 일년에 60일 정도 ‘작업’을 한다.

   
   
 채에서 실뱀장어를 골라내고 있다.
5~6년전만해도 하루에 2천마리 이상을 잡는게 보통이었지만 요즘에는 한 마리도 못잡고 돌아올 때도 있다. 그게 엄살이 아니였다. 선착장에서 만난 다른 어부의 넓은 수통에는 10마리도 안된 실뱀장어가 헤엄치고 있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강진만에는 이때쯤이면 실뱀장어를 잡는 사람들이 많았다. 최씨 부부처럼 바다가운데 그물을 쳐서 잡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바다와 만나는 하천에서 모기장으로 그물을 만들어 밤중에 불을 켜놓고 잡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골에서 쏠쏠한 벌이였다. 지금은 강진읍 남포에 2~3명, 칠량 송산리에 1~2명, 칠량 구로에 2~3명 정도가 실뱀장어를 잡고 있다.


 

700만~1천300만마리 산란


장어는 한번에 700만마리에서 1천300만 마리까지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호에서 설명했듯이 알을 낳는 장소는 필리핀 마리아나 열도 인근 심해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 알을 낳는 장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알을 구경한 사람도 없다.

알의 크기는 0.5~1.0mm 이고 산란 후 약 10일 만에 부화한다. 렙토세팔루스(Leptocepalus, 버들잎 모양의 납작한 유생)는 대나무 잎처럼 넓고 길어서 댓잎뱀장어라 한다. 산란장인 서부 태평양 깊은 바다를 떠나서 쿠루시오 해류를 따라 부유 생활을 하면서 육지 가까이 와서 어미 형태와 같은 둥근 꼴의 실뱀장어로 변태한다. 우리나라연안에 도착하기까지 1년 정도가 소요되며, 5~6㎝까지 자라 연안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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