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봉에 심어놓은 꽃보며 미소짓는 주민들 보면 행복합니다”

학교에서 정년퇴직한 후 산불로부터 강진을 지키기 위한 산불감시요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틈틈이 시간이 날때면 보은산 우두봉에 꽃과 나무를 가꿔 오가는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강진읍 목화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보은산 산불감시요원 김성섭(82)씨가 주인공이다.

 

보은산 산불감시요원인 김성섭 어르신이 보은산 정상에 꽃을 키우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보은산 산불감시요원인 김성섭 어르신이 보은산 정상에 꽃을 키우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00년 산불감시요원 생활 시작
김 씨는 이웃지역인 장흥 장평에서 태어났다. 장평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를 따라 현재 거주하고 있는 강진읍 목화마을로 이사왔으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이제는 이 곳이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김 씨는 장평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정형편상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했다. 강진으로 이주해온 이후 아버지를 따라 논과 밭일 등 농사일을 도우며 지냈다. 20대에는 군대를 다녀온 이후 학교에서 기능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중앙초등학교에서 근무를 하면서 학교 시설물 관리와 교직원들의 업무 보조 등을 수행했으며 이후 동초등학교와 강진여중, 칠량동초등학교 등 관내 여러 학교들을 두루 돌아다니며 학교 관리일을 해왔다. 김 씨는 62세가 되던 해에 강진여자중학교에서 정년퇴직을 했다.

학교에서 정년퇴직을 한 후 1반구가 조금 넘는 논에서 벼농사를 지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우연히 강진군에서 산불감시요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때 김 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짓고있는 농사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가지와 잎이 나고 있는 벚나무의 모습.
최근 가지와 잎이 나고 있는 벚나무의 모습.

 

운동삼아 활동하기에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 산불감시요원 신청을 했고 합격되면서 보은산을 담당하게 됐다. 이때가 2000년 무렵이었다. 집과 비교적 가까운 보은산을 담당하게 되면서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보은산에 오르면서 건강도 조금씩 회복됐다.

김 씨는 무전기와 쌍안경을 들고 오전 7시30분이 되면 집에서 나와 고성사 방면을 통해 보은산에 오른다. 그가 감시초소까지 향하는데에는 약 1시간20분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이렇게 해서 9시부터 본격적인 감시초소에서 산불감시 업무를 시작한다.

업무 시간에는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혹시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은 없는지 살핀다. 점심식사도 감시초소에서 해결하는데 보통 도시락을 싸오거나 초소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것으로 해결한다. 오후 5시정도가 되면 하산을 하고 하루 업무가 마무리된다.

산불예방 활동 큰 보람
그가 산불감시 일을 하면서 화재를 막아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많았다. 화재발생이 잦은 2월 어느날이었다. 그날도 아침 일찍 보은산에 올랐다. 보통 감시업무 시작은 10시부터 시작이지만 그는 1시간정도 일찍 업무를 시작한다. 그날도 9시가 조금 못되서 감시초소에 도착했다.

감시 초소에서 군동면 2초소가 있는 부근을 살펴보는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 군동면 2초소 대원이 초소에 오르기 전 이른 시간이었다. 곧바로 휴대폰으로 2초소 감시를 맡은 사람에게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사실을 알리고 지상요원에게도 연락했다. 급히 출동한 지상요원들에 의해 산불이 화재가 크게 번지기 직전 막을 수 있었다.

김성섭씨가 정성껏 물을 주며 키우고 있는 나무.
김성섭씨가 정성껏 물을 주며 키우고 있는 나무.

 

또 한번은 부춘마을과 신학마을 주변 저수지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곳도 화재가 더 크게 번지기 전에 연기를 발견해서 지상요원들과 헬기가 급히 출동해 대형산불로 번기지 전에 막을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점심식사를 하던중에도 연기가 피어올라 먹고 있던 밥도 던져버리고 지상 요원에게 급히 연락을 한적도 있다. 

이렇게 바쁜 산불감시 업무이지만 화재 위험이 조금 낮은 시간대에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감시초소 주변에 꽃과 나무를 가꾸고 있다.

그가 초소 주변에 꽃을 심게 된 것은 우연히 그곳에서 발견한 할미꽃 한송이때문이었다. 황량한 산 정상부근에 꽃이 피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할미꽃이 잘 자라도록 물도 주고 정성껏 돌봤다. 이후 꽃이 지고 나서 씨를 받았고 그 씨를 꽃이 피어있던 곳 주변에 조금씩 심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두봉 주변 꽃과 나무 가꿔
이렇게 조금씩 씨를 뿌려 식재범위를 넓혀가면서 현재는 대략 5~6평정도 면적에 꽃이 피어났다. 이후에는 직접 수선화도 구해다가 심어놓기도 하고 상사화도 식재했다. 이제는 봄철이면 할미꽃과 다양한 꽃들이 피어올라 보은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우두봉에 오르는 등산객들은 삭막했던 공간에 화사한 꽃이 피어있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했고 타지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도 꽃을 바라보며 사진을 촬영하며 미소짓는 모습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

김 씨는 사람들로부터 꽃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 말뚝을 설치했다. 얼마후 나무말뚝으로 사용했던 벚나무가 살아나 그곳에서 새로운 가지와 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무의 꽃을 피우기 위해 자신의 식수를 나무에도 조금씩 나눠주고 산에 오르는 등산객들에게도 물이 남으면 나무와 꽃에 물을 조금씩 뿌려달라고 하면서 정성껏 돌보고 있다.

나무와 꽃을 가꾸는 이유에 대해 김 씨는 보은산을 오르는 강진 주민들과 강진을 찾아온 외지 관광객들에게 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강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 씨는 “80세가 넘어가면서 감시초소에 오르면 물을 들고 올라오는 것도 힘겨울때가 있지만 꽃과 나무를 위해 약수터에서 물을 받아서 조금씩 나눠주며 정성껏 돌보고 있다”며 “꽃과 나무를 보며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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