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시작되는 전라병영성 축제때는 꼭 적벽천에 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한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박동마을 회관이 있고, 동쪽으로 난 좁은 골목을 따라가면 적벽천이다. 이곳에 전라병영성에 근무하던 병사들이 만든 인공수로가 있다. 

적벽천은 병영의 동쪽을 흐르는 병영천의 일부 구간이다. 길이가 대략 200m 정도 된다. 이곳을 적벽천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적벽밑을 지나는 하천이기 때문이다. 바위에 ‘赤壁淸流(적벽청류)란 명문이 새겨져 있다.

사람이 앉아 놀기 좋은 바닥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적벽천의 흐르는 물을 바라 보며 시문을 읊었다. 

이 곳을 가면 적벽 보다는 적벽아래 천(川)의 정교함에 놀란다. 물이 흐르는 암석 바닥이 마치 콘크리트를 타설한 듯 평평하고 일정하다. 이런 모습이 200m가 넘을 정도니까 병영의 불가사의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철 구조 다리 밑에 쐐기의 흔적이 보인다. 20여개의 돌 구멍이 있다. 돌을 쪼개기 위해 일렬로 판 흔적이 뚜렷하다. 10여m 아래쪽 암반에도 역시 쐐기 구멍이 줄을 지어 여렷 있다.

쐐기는 나무를 뾰족한 모양으로 깎아서 만든 것이고, 쐐기구멍은 그 쐐기를 박는 구멍이다. 주로 암석을 분리할 때 사용하는 기법으로 암반에 쐐기 구멍을 판 후에 물 팽창력이 높은 나무를 꽂아 놓고 물을 부어 암석을 분리한다. 

전라병영의 병사들은 바위에 하나하나 구멍을 파고, 그 안에 쐐기를 박아서, 물을 부은 다음, 그 쐐기가 팽창해서 돌이 갈라지면 조금씩 쪼개내면서 거대한 하천을 만들었던 것이다. 

더욱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인공수로의 섬세함이다. 암반을 쐐기로 떼어 내면 그 표면은 거칠고 울퉁불퉁하기 마련이다. 그 거친 표면을 마치 콘크리트를 타설한 것처럼 부드럽게 처리해서 물이 떼구르르 쟁반위를 흐르듯 마감해 놓았다.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고도화된 군인 조직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조선시대 전라병영성은 첨단기술의 보고였다. 병사들이 성곽을 쌓았고, 무기를 제조했다. 돈도 만들었다. 성 주변에는 성안에서 소비되는 각종 생활용품을 공급하는 기술자들이 다수 포진했다. 성 주변 거대한 해자도 결국 인공수로다. 그러한 기술이 집약돼 암반을 깎은 인공수로도 만들었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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