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 언론인

청자축제가 열리고 있던 지난달말,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라는 믿기지 않는 소식이 전해졌다. 방송은 온종일 시간대별 주요뉴스로 내보냈고 신문도 사설과 특집을 통해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세계 언론들도 한국의 인구절벽 실상을 소개하고 소멸국가 1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은 영국의 BBC방송은 한국 현장탐사특집을 방영해 한국언론의 뉴스거리가 됐다.

이 프로는 당일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세계 10위권에 든 경제강국인 한국의 저출산율은 어떤 나라이든 인구감소를 막지 못하면 소멸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국내 언론중에서도 조선일보의 집중 제작이 돋보였다. 1면에 머리기사로 실상을 알리고 사설에서는 대안을 제시했다. 사설 제목은 ‘출산율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나’ 세계실험장이 된 한국이었다.

나아가 2개 지면을 할애해 문제점을 심층분석하고 국내외 선진 사례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국내 성공사례로 든 지자체는 강진군이었다.

강진 현장에 기자를 보내 취재한 성공마법을 사진과 함께 파격적으로 1개면 전체에 배치했다. 국내 유력일간지가 기초 지자체의 출산정책을 이처럼 중요하게 다룬 경우를 아직 보지 못했다.

강진군의 5천만원 육아수당은 이미 언론에 자주 인용되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는 익숙한 성공 사례로 인식되어 뇌리에 굳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상상을 초월한 거액의 지원금과 함께 오전9시부터 오후8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동육아카페를 운영한다는 것도 못지않는 관심사다.

이밖에 산후조리원비를 지원하고 장남감도 대여해준다는 사실은 육아수당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출근길에 아이를 맡기고 퇴근하면서 데리고 귀가하는 육아위탁 시스템에 맞벌이 부부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을 것 같다.

양육비와 위탁육아 문제를 해결해주는데 출산을 꺼리는 부부가 있을까 싶어서다. 독신과 무자녀 지상주의자가 아니라면 이런 정책은 출산 욕구를 이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자녀들의 위탁양육문제가 출산율 저하의 핵심이라는데 동조하는 이가 많다. 친구들과 손주들 이야기를 하다보면 금새 확인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거주비와 양육비는 월급이나 대출로 임시 땜질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이와달리 아이를 맡길 방편을 찾지 못하면 맞벌이 생활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여성이 아이를 돌보며 가사를 전담하던 빈곤의 60~70년대를 회상해보면 직장여성들의 출산 고민이 무엇인지 쉽게 유추해낼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강진군의 사례가 언론의 집중조명대상이 되는건 자연스런 결과라 할 수 있다. 맞벌이 시대에 부합한 맞춤형 출산정책이 다른 지자체의 호응 폭을 넓혀갈 것으로 확신한다.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강진군의 출산정책은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대상으로 부상했다.  

강진군의 세세한 정책내용이나 그에 따른 출산효과에 대해서는 주목도가 떨어졌다. 언론이 거액의 육아수당에만 초점을 맞춘 탓이 크다.

1억 절반수준의 육아수당에 눈길이 쏠린 사이, 정작 주요 체크포인트인 출산정책 효과는 관심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조선일보는 강진특집기사에서 효과의 탁월성을 놓치지 않고 상세하게 다루었다.

지난해 강진군의 합계출산율은 1.47명, 출생아수는 200명이었다. 2022년 강진군 합계출산율 0.89명과 비교하면 1년만에 60%이상 증가한 놀라운 변화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72명의 두배가 넘는다.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228곳중 2위에 오른 성과다.

인구통계에서 1년만에 출산율이 강진경우처럼 큰폭의 반등세를 보인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구 3만명선 붕괴가 걱정되고 소멸대상 지자체라는 공포감에 휩싸인 현실을 떠올리면 누가 이런 평가를 부정할 수 있겠는가.

설문조사 결과도 정책효과 기대를 높힌다. 강진군이 육아수당 신설 1년인 지난해 9월, 혜택을 받은 부모 16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6.6%가 육아수당이 출산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육아수당 덕에 자녀를 더 낳고 싶다는 응답도 49.4%에 달했다. 강진군의 획기적인 육아수당과 부수적인 정책이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반응이다.

상서로운 전망은 올해도 이어진다. 강진군에선 올해 1월에 21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올해안으로 250여명이 더 태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의 최저출산율 발표가 나온지 한달이 다 돼가지만 충격 수위는 그대로다. 이러한 충격파는 공교롭게도 청자축제기간에 언론을 통해 증폭되었다. 뜻하지 않게 강진군의 모범적인 출산정책이 돋보이게 하고 확산시키는 홍보효과를 안겨주었다.

강진군이 창출해 낸 출산정책은 강진군의 브랜드가치를 한차원 끌어올리는 소중한 자산으로 우뚝 섰다. 강진의 존재감을 지켜온 다산초당유적지, 청자 본고장, 영랑생가 등의 관광자산에 창의적 산물하나를 더 보탠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 소중한 가치가 유지 보존되려면 자기 희생적이고 창의적인 공직자들의 자세 재정립이 필요하다. 매너리즘을 경계해야 하며 아이디어개발, 면밀한 운영과 점검과정이 긴밀하게 물리고 돌아가야 정책효과의 연속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출산정책의 성공 요체인 공동체 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해 공감의 폭을 극대화하는 리더십도 중요하다. 청자축제 기간에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강진의 출산정책은 강진군민의 자긍심을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되었다.

생동감 넘치는 공동체의 자긍심은 지자체소멸 위기국면을 벗어나는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값진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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