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그러니까 해방직후 지역유지들이 기금을 모아 강진읍에 금릉중학교를 설립했다. 금릉중학교는 1953년 3월 금릉여자중으로 변경해 여성 교육의 중심지가 됐다.

하지만 1960년대들어 재정난이 왔다. 금릉여자중학교는 1962년 3월 사랑의 씨튼수녀회가 만든 성요셉금릉학원 재단으로 인수됐다. 

미국에 본부를 둔 사랑의 씨튼수녀회가 한국에 수녀를 처음 파견한 것은 1960년이었다. 한국 선교활동의 초창기였다. 그래서 강진 학교의 직원은 모두 미국 현지에서 바로 들어 온 수녀님들이었다. 

미국 수녀님들이 강진에 오려는 경쟁은 치열했다. 1진이라 할 수 있는 토마스 아퀴나스 수녀(1993년 작고)와 메리 노린 수녀(2009년 작고)를 비롯한 4명의 수녀는 1961년 캘리포니아 항구에서 화물선을 타고 인천항을 거쳐 강진에 왔다.

이들 4명은 사랑의 씨튼수녀회가 공개 모집한 자원자 100명중에서 선발됐다. 20: 1의 경쟁률을 뚫었던 셈이다.

1962년 2진으로 온 수녀들도 마찬가지였다. 경향신문이 1962년 12월 12일자 미국 펜실바니아주 피츠버그시 특파원 발로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한국 강진의 여학교 선생님으로 가려는 지원자가 유난히 많아 그린스버그 교구는 꼼꼼한 심사끝에 대학 교수급 수녀를 한국에 보내기로 했다’는 기사가 게재돼 있다. 그때 선발된 수녀가 강진에서 오래동안 근무한 M 게레미 수녀와 이마뉴엘 수녀다.

성요셉은 2000년 3월에 성요셉여자고등학교로 학교명칭을 변경했으며 2016년 폐교되기까지 총 52회에 걸쳐 1만750명의 여성 졸업생을 배출했다. 성요셉은 문을 닫았지만 학교의 역사는 계속됐다.

2018년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꾸고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교육했다. 사립형 대안학교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지금은 3학년만 16명이 재학중인 상태로 이들이 졸업하는 2025년부터는 폐교될 예정이었다.

그러다 마침 이번에 교육부의 교육발전특구 시범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제직업고등학교로 탈바꿈하게 됐다. 해외유학생 전문 직업계고등학교가 된다고 한다.

60년전 미국의 수녀님들이 강진의 여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바다를 건너 왔다면, 이제는 해외 학생들이 건너와 강진에서 직업교육을 받게 됐다. 그때 그 수녀님들의 정신이 오랫동안 이어지길 바란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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