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곡사에 벚나무 심자 주장했던 박기환 선생

한겨울 추위가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오면서 지역 곳곳에서 꽃이 피어나고 있다. 강진에는 봄하면 떠오르는 축제는 바로 금곡사 벚꽃축제다. 금곡사 벚꽃길은 군청 공직자들이 나서서 조성했던 길이다.

내가 학창시절 금곡사는 지금과는 다르게 벚나무가 거의 없었다. 금곡사로 올라가는 길목 주변에 닭집 2~3곳 정도가 영업을 하고 있었고 벚꽃은 야산에 자생적으로 피어나 자라는 나무들이 몇그루 있었을 뿐이었다.

이런 시절 내 기억속에 금곡사하면 닭이 떠오르기도 하고 강진농업고등학교 재학시절 이 곳을 자주 지나다녔던 기억도 난다. 강진농고는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때에도 교실에서 수업보다는 야외에서 실습을 하는 교육들이 주를 이뤘다.

이 때문에 학교 주변과 곳곳에 강진농고의 실습장소인 논이 많았다. 나는 주로 금곡사를 지나 보은산 자락에 있는 축사 실습장을 주로 다니곤 했다. 실습장 주변에서 풀을 베어다가 운반해서 실습장소로 활용되는 논에 퇴비로 뿌리기도 했고 친구들과 모내기를 하기도 했다.

현재 강진중학교 운동장과 강진소방서 부근도 모두 논이 있었고 모두 농고 실습장이었던 곳들이다.

강진농고 축사 실습장이 바로 금곡사 너머에 있었기에 그곳으로 걸어다니곤 했는데 이때만 하더라도 금곡사 일대는 지금처럼 나무도 많지 않았다. 

이 곳 일대에 벚나무가 심어지게 된 계기가 됐던 일이 기억난다. 바로 금곡사 신도회장을 맡았던 박기환 선생이다. 박 선생은 지역에서 부자로 손꼽히는 분으로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던 사람이었다.

특히 금곡사가 오늘날처럼 사찰로서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된 것도 대부분 박 선생의 지원덕분이었다. 박 선생은 금곡사 건물을 보수하는데 자금을 지원했다.

박 선생은 그만큼 금곡사를 좋아했고 자주 다니곤 했는데 금곡사 입구 부근 야산에 벚나무 몇그루가 식재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매년 봄이면 화사하게 꽃이 피어나곤 했는데 이 모습을 본 박 선생이 벚꽃을 심으면 보기에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곤 하셨다. 이때 박 선생은 강진군번영회 활동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나도 함께 활동했었다. 

이후 이 일대에는 벚나무를 식재하는 사업을 강진군에서 추진했다. 벚나무 식재에 관한 이야기는 앞서 여러명의 사람들이 언급했지만 이때 원용호 선생이 바로 벚나무를 구입하는 일을 맡았다.

원 선생은 제주도를 방문해 그곳에서 벚나무 여러그루를 구입했고 강진으로 가져와 이 나무를 공무원들이 도로변에 심었다. 나무를 심은 후에는 공무원들이 직접 이름표를 매달아 관리해오면서 지금처럼 벚꽃길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여러명의 사람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벚꽃길이 이제는 어느덧 강진을 대표하는 봄꽃축제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사례를 보더라도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나무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대해 무지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때부터 박기환 선생은 나무도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셨다는 것을 지금 생각해보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시절 소풍을 다녔고 학교생활을 하며 지나다녔던 금곡사 일대가 벚꽃길이 된 모습을 지켜보면서 격세지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금곡사 벚꽃길이 잘 관리되어 영원히 강진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길 바란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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