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긍심으로 구입했던 청자가 어느날 큰 짐이 되더라니까요”

소장품으로 청자 구입한 사람들
“가치가 올라 가지 않으니…”
소장용 재현 청자 판매 한계 봉착
시대변화 대처하는 큰 변화 필요

 

관광객들이 최근 열린 제52회 강진청자축제장 한옥판매장에서 청자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관광객들이 최근 열린 제52회 강진청자축제장 한옥판매장에서 청자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최근 집을 줄이기 위해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주민 A씨(62)는 짐을 정리하면서 고민스러운 일이 생겼다. 집안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50여 점이 넘는 청자들을 어떻게 처리 하느냐는 것이다. 

감히 버릴 생각은 꿈에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짐을 줄이기 위해 지인들에게 몇 점 선물을 줄까 생각해 봤지만 30만원이 넘게 구입했던 것들을 누구에게 주기가 선뜻 내키지 않았다. 자식들에게 몇 점씩 가져갈 것을 권장해 봤지만 좋아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요즘들어 할 수 없이 한점한점 포장을 하고 있는데, 이 일이 보통일이 아니다. 구입할 때 함께 왔던 오동나무 케이스는 사라진지 오래여서 청자를 한점한점 독립 포장을 하는게 고역이 따로 없었다.

청자에 신문지를 두껍게 두르고, 그 위를 ‘뽁뽁이 포장지’로 감싸서 택배용 테이프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나니 방안이 가득찼다. 청자가 그렇게 무거운 제품인지도 새삼 체감했다.

관광객들과 군민들이 15개 업체가 입점한 청자명품관을 둘러보고 있다.
관광객들과 군민들이 15개 업체가 입점한 청자명품관을 둘러보고 있다.

 

그런데 A씨를 정작 힘들게 한 것은 청자를 한점한점 포장하고 옮기는 일이 아니었다. 불과 10~20년전에 수십만원, 많게는 백만원이 훨씬 넘은 돈을 아낌없이 지출하며 애지중지 모았던 청자들이 지금 어떤 가치를 인정받고 있느냐를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했다. 

A씨는 “농담이지만 그때 청자 대신 금반지를 사놓았다면 지금 상황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정말 웃었다.  

청자는 한때 강진사람들에게 개인 소장품 선호 대상 1호였다. 90년대 후반을 거쳐 2000년대 들어 청자축제가 전국적으로 뜨면서 청자 구입 바람이 불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경쟁적으로 청자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화목가마 경매때면 매주 청자박물관 경매장 앞자리가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넘쳤다. 

A씨는 “그때는 청자를 구입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고  누가 더 많이 청자를 소장하고 있느냐 하는 경쟁심 때문에 특별한 청자가 나온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청자촌으로 뛰어갔다”고 회고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청자 구입 바람이 많이 불었다. 한 공무원 출신 주민은 “누구집에 청자가 몇점있더라하는게 공무원들 사이에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청자를 많이 소장하고 있는 공무원은 그만큼 지역 문화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통했다”며 “청자를 몇십점씩 소장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꽤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때 소장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강진 청자가 지금은 많이 시들해 졌다. 기존에 청자를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청자를 큰 짐으로 생각하고 있고, 새로 청자를 소장하려는 사람들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이나 대도시 친척들에 청자는 더 이상 반가운 선물이 못된다. 요즘에는 농특산물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청자를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청자를 오래 소장해도 가치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큰 아쉬움으로 꼽고 있다. 애향심과 자부심, 사명감으로 청자를 구입해서 집안에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만족했던 사람들이 이제 소장 가치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60여점의 청자를 소장하고 있는 한 주민은 “청자를 몇점 처분하고 싶어 주변 경매장에 가격을 알아 봤더니 터무니 없게 낮은 가격을 부르더라”며 “요즘 집안에 줄줄이 있는 청자를 보면 계륵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지었다.

주민들은 “청자를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민은 청자가 소장용으로 거래되는데 시대적으로 큰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청자의 상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뛰어 넘는 보다 전문적인 판매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주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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