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작가 손에 피어난 작품 69점, 청자는 그만큼 다채롭다

흙 한 줌에 유약·문양 
어우러져 저마다 차별성
작품 속 작가의 숨은 
의도 찾는 재미도 ‘톡톡’  


도예가들이 만든 개성있는 청자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민간 도예업체 신제품 전시회’를 찾아도 좋을 듯하다. 청자촌의 다양한 도예가들의 작품을 선보여 최신 도자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예술성이 느껴지는 생활식기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올해는 민간 도예 17곳이 참여해 작품 69점을 선보였다.  

 

신제품 전시회는 작가의 의식 반영과 표현하고 싶은 부분들이 새로운 형식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과정이 흥미로우며 시대가 지나며 확연하게 달라지는 작품의 모습은 현대도예의 확장성을 느끼게 해준다.

그만큼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폭넓은 작품세계가 신선했고 특히 기존의 제작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시도는 도예가의 창의적 감각마저 느껴진다.

이철규 작가(원도예)는 ‘3D프린터를 이용한 쿠푸접시세트’를 선보였다. 말 그대로 3D프린터기를 사용하여 원형을 제작하여 작품을 탄생시켰다. 기존 물레 위주의 성형방식을 과감히 깬 ‘파격’이다.

문양은 나뭇잎을 작가 나름의 현대적 형상으로 재해석하여 그려 넣었다. 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청자화병’은 저화도 안료를 사용하여 화색이 다채로움을 주는 동시에 젊은 느낌을 강조한다. 특히 초벌과 재벌에 그치지 않고 800℃에서 한 번 더 굽는 삼벌 방식으로 차별성을 더했다. 

반면 오경상 작가(자연을 담다)는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과 색상으로 은은한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것이 작품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오 작가는 한국전통문양을 응용한 식시기세트를 선보였다. 코발트블루, 민트 등 기본적인 색으로만 표현하여 본질에 방점을 뒀다.

꽃과 과일을 주제로 한 작가들의 작품도 눈에 띈다. 윤태영 작가(동인요)의 ‘청자꽃접시’와 윤선숙 작가(강진비색청자요)의 ‘살구꽃 8각 수반 및 참외형 8각 머그컵’, 이승표 작가(리윤)의 ‘청자 동백꽃문양 사각접시세트’등이 그 대표작이다. 

윤태영 작가의 ‘청자꽃접시’는 백련사의 동백꽃을 모티브로 하여 완성된 작품이다. 윤 작가는 지난 2015년도부터 동백과 모란꽃 등을 주제로 생활 식기와 찻잔 시리즈 작품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청자꽃접시는 그 작품의 연장선이다. 접시의 형태는 꽃봉우리가 핀 것과 흡사하다. 속은 넓고 깊다. 그만큼 식기로 사용하기에 실용적이고 편리하다.           

강진비색청자요의 작품인 ‘청자 살구꽃 8각 수반’과 ‘참외형 8각 머그컵’은 이름 그대로 살구꽃과 참외를 형상화 했다. ‘참외형 8각 머그컵’은 몸통을 여덟부분으로 나뉘어 골 지어 참외형태를 구현하였으며 뚜껑에 꼭지를 매달아 외형적 완성도를 높였다. 전체적인 비례나 균형이 안정되어 있을뿐더러 생활자기에 중점을 둔 만큼 사용하기 쉽고 편리하다.

커피문화의 확산에 발맞춰 작가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담아낸 작품들도 눈에 띈다. 백라희 작가(순도예)는 커피문화의 발달과 함께 대용량 머그컵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그에 걸맞는 머그컵을 내놓았다.

겨울에는 손을 모아 컵을 잡을 수 있어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고 여름에는 얼음을 담아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와 함께 선보인 저그는 주전자 형식의 대용량(700ml)작품으로 문양은 민무늬와 빗살문 등을 응용했다.

김보배 작가(비취에 물들다)는 작품에 ‘Zero waste challeng’라는 이름을 붙여 호기심을 유발한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쓰레기배출을 ‘0(제로)’에 가깝게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캠페인을 뜻한다.

일회용 컵을 대신하여 청자머그컵을 사용하고 또한 컵을 감싸는 종이홀더를 대체할 청자문양의 니트 소재를 선보이면서 쓰레기 배출은 최소화하고 한편으론 청자의 대중성을 넓혀보자는 의미와 의지를 담았다.  

중장년 작가들은 문양의 전통성과 입체성에 손길을 집중한 모습이다. 윤윤섭 작가(청우요)는 ‘청자 겹문양 커피세트’를 선보이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겹문양의 입체성과 기술력을 더욱 넓혔다.

윤 작가가 2013년도부터 선보이고 있는 ‘겹문양’은 청자의 상감기법과 분청자의 박지기법을 결합한 입체적인 문양표현 기술이다. 기존의 상감청자가 2차원적이라면 박지기법을 도입한 청자는 3D스타일이다. 겹문양청자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양과 컬러가 교차하면서 표면에서 입체성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김경진 작가(탐진청자)는 우리나라 궁궐이나 사찰, 한옥 등에 사용되는 창살 문양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살문양머그컵’을 선보였다. 유약의 투명성이 창살문양조각의 깊이감과 더해져 우리 전통 문양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청자의 우수성과 창살문의 기하학적인 디자인 요소가 가지고 있는 미의 가치를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스포츠업계를 겨냥한 디자인은 물론 중국 등 국제소비시장 공략을 위한 작가의 맞춤형 전략도 눈에 띈다.  

강광묵 작가(청자디자인연구소)는 실생활에서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청자 소반’을 제작했다. 현대인들이 차 한잔의 여유를 찾고 우리 조상들의 우아한 공예미를 즐길 수 있는 작가의 바람이 담긴 작품이다. 나무와 도자기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본드를 사용하지 않고 부품을 개발하여 성공을 이끌었다. 부품 개발에만 5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크기의 청자트로피는 강 작가의 전략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 중 하나다. 대회 트로피가 우승자들에게만 전달되는 상징적 물체가 아닌 참가선수 모두에게 주어질 수 있도록 접근성을 달리했다는 것. 골프 등 종목별로 모양을 달리 제작할 수 있고 크기도 어디든 쉽게 놓아둘 수 있다.

김유성 작가(토우)는 해외 시장을 겨냥해 작품활동에 나선다. 청자는 그만한 가치와 컨텐츠를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이 주요 타겟이다. 차 도구를 대표작으로 선보인 것도 중국 사람들의 차 문화를 반영해서다.

여기에 금을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의 니즈를 겨냥해 찻잔 표면에 금칠을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금속공예를 접목하는 방법은 관내 개인요들에서도 활용하는 방법이지만 김 작가는 금과 은으로 장식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문양을 넣어 완성도를 높였다.   /김응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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