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음식 드시고 웃는 어르신들 보면 행복합니다”

초고령 사회가 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복지에 대한 수요는 커지고 있다. 이는 면단위 마을뿐만 아니라 강진읍도 마찬가지다. 강진읍의 한 마을에는 오랜 세월 어르신들을 위해 일하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종교단체를 위해 봉사를 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강진읍 평동마을 방경자(71) 전 이장이다.

남편과 중매결혼, 강진 정착
방 전 이장은 원래 고향은 전북 남원시이다. 그곳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 진학은 하지 못하고 곧바로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다.
 

방경자 강진읍 평동마을 전 이장이 새해를 맞아 올해에도 어르신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방경자 강진읍 평동마을 전 이장이 새해를 맞아 올해에도 어르신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때 취직한 곳이 광주에 있던 한 전기회사였다. 이 곳에서 일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소개로 22살의 어린 나이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면서 강진에 정착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방 전 이장이 처음으로 강진에 내려와 살았던 곳은 성전 월남마을이었다. 남편을 만나 강진으로 이사를 오기 전까지 강진에 대해 알지 못했던 방 전 이장에게는 주변의 모든 환경이 낯선 곳이었다.

그때 당시 방 전 이장의 남편은 우체국에서 근무를 하다가 한국통신이 분리되면서 한국통신, 즉 현재 KT에 근무를 하게 됐다. 년후인 1977년에는 도암에서 근무를 하면서 잠시 도암에 살기도 했으나 이듬해인 1978년 강진읍 현재 평동마을로 이주해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마을 부녀회원들과 함께 자리했다.
마을 부녀회원들과 함께 자리했다.

 

방 전 이장이 강진읍 평동마을에 살게 되면서 종교활동을 하게 됐는데 바로 마을내에 있었던 강진성당이었다. 1987년 무렵부터 강진성당을 다니며 종교활동을 했다. 이때 방 전 이장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강진성당 수녀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식사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 성당의 수녀들이 살았던 수녀원은 옛 성요셉여고 학교내에 있었다. 수녀원에는 10여명의 수녀들이 살고 있었고 그중 2~3명정도는 미국에서 온 외국인 수녀들이었다. 먼 타국에서 생활하는 수녀들을 위해 점심과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봉사를 해온 것이다.

외국인 수녀위한 자발적 봉사
한국인 수녀들은 집에서 했던 것처럼 한식을 준비하면 됐지만 외국인 수녀들은 한국음식을 먹지 못했기에 전혀 해보지 않았던 서양식 요리를 배워야만 했다. 수녀들에게 직접 조리방법을 물어가면서 배워 스파게티와 피자, 오므라이스 등 다양한 서양요리를 해서 수녀들에게 대접했다.

미국에서 큰 명절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이면 커다란 칠면조를 구입해와 오븐에 구워 칠면조 요리를 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수녀원 식사봉사는 15년간 이어졌다. 성요셉여고가 폐교되면서 봉사도 그만두게 됐다.

수녀원 봉사가 끝난후에도 봉사활동은 계속됐다. 바로 마을 주민들의 요청으로 이장을 맡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장에 당선돼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마을 주민들과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평동마을에서 여성이 이장을 맡은 적이 없었고 일부 주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고 2명의 남자이장 후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 당선됐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야유회 모습이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야유회 모습이다.

 

강진읍 평동마을은 현재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마을회관과 예전 회관으로 사용했던 낡은 곳이 있다. 현재 회관 건물은 강진군 소유이지만 옛 회관 건물은 마을소유다. 옛 회관건물은 개인에게 임대를 내줬고 연간 적지 않은 임대료 수익을 올리며 마을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옛 회관건물이 지은지 오래되다보니 내부가 비가 새고 비가림 시설이 없이 불편함이 많았다. 이때 여성이장에게는 군에서 마을사업자금을 지원했는데 이 사업자금으로 주민들과 의논한 끝에 옛 회관 건물 보수를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회관의 주민들이 사용하는 가전제품중 낡아서 제 기능을 못했던 냉장고와 에어컨을 교체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강진군으로부터 우수이장상을 수상하면서 상품으로 받은 TV도 마을 주민들을 위해 마을에 기부해 회관에서 사용하도록 하기도 했다.

마을 다양한 직책 맡아 봉사
방 전 이장은 이장으로 활동하면서 주민들의 민원에도 귀를 기울여 해결해주기도 했다. 평동마을은 일반 주택들도 많지만 마을내에 아뜨리움 아파트가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가구수가 많아 주차장 문제는 항상 아파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방 전 이장은 아파트 주변에 주차장 신설을 건의했다. 당초 군에서는 아파트 주변 논을 구입해 주차장을 신설해야 하는데 많은 비용과 토지 구입 어려움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방 전 이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주변을 살피고 주민들과 논의 끝에 당초 나무가 심어져 있던 도로변을 정리해 대각선 형태의 주차장을 만들자고 건의했다. 이 부지는 군소유이기 때문에 별도 부지를 매입할 필요도 없어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아뜨리움 아파트 주변 도로변에 주차장이 생길 수 있었다.

현재 방 전이장은 마을이장직을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직책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마을 부녀회장을 4년째 맡고 있고 여자노인회 총무까지 겸하고 있다. 매일 마을 어르신들이 마을회관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매일 아침이면 식당에 나가서 그날 조리할 음식 메뉴를 정하고 식재료를 구입해오고 있다. 조리원 2명과 함께 어르신들 식사를 준비한다. 

방 전 이장은 “강진읍 평동마을은 읍내에서도 단합이 잘되는 마을”이라며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기쁘고 앞으로도 계속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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