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유홍준 교수 ‘강진’ 강연

특강 도중 ‘우리 강진’ 유난히 강조 애정 드러내   
“인근 영암·장흥·해남자원 연계 활용해 지역발전”
“월출산·다산초당·백운동·강진만 생태공원 탁월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유홍준 교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990년대 전국에 답사 열풍과 미술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 베스트셀러이자 명저다. 저자는 모두가 알다시피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 교수다.

유 교수가 이 책에서 근거를 제시하며 감성으로 묘사하고 제시한 ‘남도답사 1번지 강진’. 이후 다소 외진 곳으로 평가받았던 강진에 대한 관심 역시 폭발적으로 늘었고 전국 대학생들과 문학인, 예술인들의 답사코스 1번지로 자리를 잡았다. 

유 교수가 지난 26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반값 강진 관광의 해’ 서울 선포식에 참석해 ‘강진’에 대한 내용과 소회를 밝혔다. 그는 특강 도중 ‘우리 강진’을 자주 지칭하면서 강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주요 내용을 발췌했다.

유 교수는 이날 강연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강진하고 무슨 관계가 있냐고 묻지만  그냥 강진이 좋고 남도가 아름답고 또 우리가 간직해야 될 역사,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술사학자로서 문화사 입장에서 이야기했을 뿐 강진에는 외갓집도 처갓집도 없다’고 언급했다. 

유 교수는 자신이 강진 명예군민 1호라고 서두를 꺼냈다. 명예군민 제도를 만들고 처음으로 1993년 명예군민이 돼 강진 관광에 큰 도움을 줬다는 공로로 명예 전남도민 1호로 선정돼 역시 영예를 안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촌에서 태어나 ‘순 서울 토박이’라고 밝힌 유 교수는 강진을 가지 않은 이들에게 강진 유적들을 얘기하면 월출산구역부터 마량 바다까지 이야기하고 강진만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서울이든 대구에서든 우리가 강진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국립공원 월출산과 성전면을 지나면서 ‘진짜 강진에 왔구나’를 느낀다고 말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쓰기 이전 강진에 처음 버스 타고 왔을 때 제일 감동적인 모습은 월출산이 ‘아름다운 남도에 이렇게 보석처럼 박혀 있구나’하는 것, 바로 그랬다며 수없이 많은 시간들을 학생들과 함께 했다고 회고했다. 더불어 겹산인 월출산은 안개가 끼어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강조했다. 

 

월출산 아래 성전 월남사지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유 교수는 월남사지 주변에 돌담이 있든지 동백나무가 있든지 해야 하는데 휑뎅그렁하게 뻥 뚫어놓으니 서운하다고 언급했다. 

호남 3대 별서정원인 백운동 원림에 대해서는 문화재 차원에서 바라보면 상당히 모범적으로 복원했고 강진에 있어 백운동 원림은 엄청난 자랑이고 군민들과 관광객들에게도 행복감을 전달해 준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국보사찰 무위사에 대해서도 소소한 에피소드를 소환했다.

 

무위사를 지키는, 곰 보다도 더 큰 개가 능구렁이처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면서, 이 얘기를 책에 썼더니 항간의 사람들이 ‘책에 개 얘기를 써도 되는가 보다’라고 한 기억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이 문화유산에 녹아 들어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강진읍내에 있는 영량 김윤식 선생의 영랑생가 역시 모란이 필 때 찾아드는 것이 좋다고 설파했다. 

잠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남도답사 1번지 기념관에 대해 언급한 유 교수는 다산초당이 있어 강진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어떤 것보다 다산초당이 있고 백련사의 동백나무를 처음 본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감동을 받고 동백꽃이 떨어질 때 즈음, 승탑이 있는 부도밭, 조선시대 부도 4개가 있다는 사실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에 못지않은 것은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넘어가는 길이고, 그 길을 넘다 보면 구룡포 강진만 포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면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강진편에 ‘산새소리 사라진 만덕산의 봄은 외할머니 돌아가신 외갓집에 온 것처럼 허전했다’라고 당시 심경을 썼다. 그랬더니 독자들이 명문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외할머니가 계신 외갓집에 갔을 때 다가오는 따뜻한 정서, 그게 강진의 생명이고 ‘우리 강진사람들이 꼭 지켜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강진만 갈대숲이 있는 강진만 생태공원으로 화제를 돌렸다. 

 

새로 조성한 생태공원은 정말 멋있다고 전제하면서 옛날에는 그냥 포구여서 잘 들어갈 수 없었으나 지금은 갈대가 있고 짱뚱어 뛰는 것을 보면서 순천만보다 이 곳 강진만이 실제 현장감이 있고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강진의 원래 그대로의 모습을 강조해서 천혜의 자연 생태를 홍보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전라병영성과 관련해서는 병영성보다도 조선을 서양에 알린 ‘하멜표류기’의 주인공 하멜을 생각하는 경향이 더 있고 그의 고향인 네덜란드 호르큼시와 강진군이 자매결연을 해 현재는 병영 하멜기념관 앞에 하멜 동상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하멜과 관련해 스페르호 사진이라든지 책 말고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서양에서 만든 고지도 4개를 강진군에 기증한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유홍준 교수가 기증했다는 사실이 현장에 적시되지 않아 잠시 서운했는데 나중에 ‘유홍준 기증’이라고 올바로 수정돼 있어 다행이라고 웃음 지었다. 

유 교수는 1744년 프랑스에서 만든 아시아 지도 가운데 한반도를 크게 그린 고지도를 매우 아낀다면서 이를 강진군이 잘 활용하면 찾는 이들이 더욱 감동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상으로 만든 가우도 언급에 이어 대구면 사당리, 용운리 청자요지의 엄청난 가치와 함께 고려청자박물관의 전시시설, 특히 최근 유행하고 있는 증강현실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실제 유물이 아닌 동영상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칠량 옹기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전라도, 경상도, 서울·경기도, 제주의 장독을 강진에 함께 전시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 또한 강진 관광을 알리는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정수사에 대한 유 교수의 회고는 특별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자 큰 전환점이었던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주역인 윤한봉 선생에 대한 언급이다.

그는 강진 칠량이 고향인 윤한봉 선생이 미국으로 망명하기 전 은신했던 곳이 바로 정수사라면서 이러한 역사적, 객관적 사실의 스토리 텔링을 통해 생명을 불어 넣어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지난 1981년 용운리 가마 발굴 당시 마량바다를 보고 느낀 감동은 아직도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강진으로 국한하지 말고 마량바다 건너 완도 고금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역사적 흔적, 그리고 강진으로 들어오기 전 영암 도갑사 32관음응신도 저 그림이 왜 그렇게 유명하고 아름다운지에 대해 함께 자원화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더불어 장흥 보림사의 하대 신라 철불이 보여주는 당당함이 무엇인지 느끼게 하며 해남 대흥사 일지암도 올라가고 죽암 마애불도 보면서 우리 역사와 문화를 다 같이 끌어안는다는 그런 마음으로 안내 팸플릿을 만들라고 덧붙였다.

휴전선 긋듯이 자원들의 경계를 짓지 말고 앞으로 옆으로 연계시켜 강진이 진짜 남도 답사 1번지이고 전국 관광객들이 와서 반값 관광을 즐길 수 있는 핵심 공간임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홍준 교수는 “강진은 지니고 있는 콘텐츠가 워낙 뛰어나고 이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정책과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면서 “저 또한 강진이 발전하는 데 늘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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