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남로 걷다가 역도를 만나다

나는 강진농고에 진학하면서 학교 선배들로부터 씨름부 활동을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배구도 재미있었지만 씨름은 재미와 재능을 동시에 발견했던 운동이었다. 어려서부터 백사마을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친구들과 동네형들과 씨름을 하며 놀았던 기억이 있었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농고에 진학후 씨름부 활동을 하게 됐고 전국대회까지 출전하게 됐다. 이때 전라도권에서는 나름대로 성적이 좋았었고 자신감을 갖고 경상도 강팀들과도 경기를 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날 경상도 지역의 씨름이 강했던 영신고등학교와 씨름 경기를 하게 됐다. 

나는 이때 체중이 약 85㎏정도로 우리 팀내에서 가장 덩치가 좋았고 체중도 많이 나갔다. 요즘으로 말하면 에이스였던 것 같다. 이때는 5명이서 돌아가면서 경기를 하는 방식으로 팀전 경기가 벌어졌다. 이때 나는 그동안 연습했던 대로 기술을 써서 상대방을 넘어뜨려 당당히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상대팀 선수들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계산할 필요도 없는 우리 팀의 완패였다. 그만큼 경상도에는 씨름을 잘했던 학교들이 많았다. 영신을 비롯 마산 등은 씨름에서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강호였다.

이때 나는 전라도권 팀들과 경기를 통해 대부분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지만 패배를 당하면서 전국에 강한 사람들은 많구나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번에는 내가 씨름을 하다가 역도와 만남을 하게 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내가 역도와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고등학교 3학년때였다. 이때 나는 학교 씨름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하게 됐다. 이때 우리 학교가 전남지역 대표로 선발되면서 경기에 출전했던 것인데 이때 전국 체전이 광주에서 개최되고 있었다.

이때 전남에는 강진농고를 비롯해서 조대부고, 광주농고, 전남상고, 고흥농고 등 각 지역별로 약 10여개팀정도가 씨름부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팀들을 모두 누르고 강진농고가 전남지역 대표로 선발됐던 것이었다.

광주에서 씨름경기를 끝내고 친구들과 광주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금남로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강진과는 다른 도시적인 모습에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때 전남체육회 건물을 지나게 됐다. 이때 전남체육회는 YMCA 건물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나도 체육인의 한사람으로서 약간의 호기심이 생겨 전남체육회 사무실을 들여다보게 됐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전남체육회 사람이 나와서 나에게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남자는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나는 강진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강진에서 왔다는 말이 반가운 기색을 보이며 나에게 대뜸 몸이 상당히 좋은데 저쪽에 있는 역기를 들어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때 옆에 있던 역기는 무게가 90㎏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역도를 한번도 해본적은 없었지만 어깨너머로 역기를 드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나는 역기 앞으로 걸어가 그리 어렵지 않게 90㎏ 무게의 역기를 2~3번정도 들었다놨다.

이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놀라면서 내일 아침에 사무실로 다시 나오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 다음날 나갔는데 전남도대표 선발전이 열리고 있었다. 연습없이 출전했지만 나는 학생부 1위를 차지해 도대표로 선발됐고 그해 10월 대구에서 열렸던 전국체전에서도 기록은 같았지만 몸무게에서 밀려 2위를 했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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