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 연재되고 있는 김옥애 동화작가의 작품 ‘경무대로 간 해수’에 김재용이란 아이가 등장한다. 1월 4일자 <강진일보> 6회분에 나오는 이름이다. 재용이는 거북이 갖혀 있는 기눅굴까지 와서 주인공인 상원과 만난다.

붉은 바다거북을 보고 싶어 20리 길을 걸어서 온 소년이었다. 이 소년이 바로 동원그룹 창업자인 김재철 회장의 실제 인물이다.     

김재철 회장은 2016년 펴낸 자서전 ‘김재철 평전’에 ‘호기심 많은 소년, 바다를 만나다’란 글에 자신이 어릴적 바다거북을 보았던 일을 적고 있다. 1949년 8월 그러니까 김 회장이 초등학교 6학년때의 일이다.

집이 있는 군동 내동마을에서 30리가 넘는 도암의 바닷가에서 큰 거북이가 잡혔다는 소문을 들었다. 어찌나 보고 싶던지 하굣길에 책가방을 든 채 도암으로 달려갔다. 거북이를 잡아 놓은 곳은 도암 송학마을이었다.

거북이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 날이 저문줄도 몰랐다. 결국 그날 집에 못가고 어느집 돌담에서 뜬눈으로 밤을 세웠다.

김 회장은 자서전에 ‘다음날 집에 돌아와 부모님께 혼쭐이 났던 기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김재철 평전 26페이지 참조)고 적었다. 김옥애 작가는 동화속에 ‘재용’이 동화속 주인공인 상원의 집에서 같이 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남의집 돌담아래에서 밤을 세웠던 것이다.

김재철 평전을 기술했던 경제학자 공병호씨는 “내륙에서 자란 시골소년이 바다와 거북을 처음으로 만난것은 훗날 큰 인연으로 이어져 바다가 김재철의 인생에서 큰 무대가 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어린 소년이 군동에서 도암까지 그 먼 길을 걸어가서 큰 거북을 봤던게 오늘날 김재철과 동원그룹을 있게 한 사건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김재철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났고, 올해 나이 89세가 됐다. 주로 수도권에서 생활하고 있다. 군동 내동마을 고향집은 최근에 한옥으로 개조했다.

김 회장은 2020년 카이스트(KAIST)에 인공지능(AI) 인재를 양성해달라며 사재 500억원을 기부했다.

카이스트는 이 돈으로 AI 대학원을 만들었는데 대학원의 이름이 김재철AI 대학원이다. 지금 세계경제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게 AI다. 김재철 회장이 멀리보는 선견은 그 옛날 강진 거북의 기를 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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