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만 하다면 강진거북은 세계에서 가장 큰 거북입니다”

그림 강화경
그림 강화경

 

거북이 대략 7피트 정도의 평상만 한 크기라고 소개했다.  
“여사님, 세계에서 가장 큰 거북은 어느 정도 크기인가요?”   
로라 디스 여사가 대답했다.
“거북의 길이가 7피트(213센티미터)라면…… 글쎄요.”
그녀는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아 보였다.
로라 디스 여사의 애매한 답변 소식은 미국 정부 부처인 내무성으로 전해졌다. 내무성에서 관리하는 공공기관에는 워싱턴 동물원도 속해 있었다. 워싱턴 동물원 원장 윌리암 맨은 거북의 이야길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아, 그 문제는 제가 알지요.” 
윌리암 맨은 한국 서기관을 공식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그 거북의 길이가 7피트가 확실합니까?”
“예, 제가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합니다.”
“확실하다면 세계 최대의 거북입니다. 세계 신기록이지요.”
윌리암 맨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아직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거북은 영국 런던 박물관에 있는 거북입니다.”
서기관은 동물원 원장의 말을 꼼꼼하게 받아 적었다. 
“런던 박물관에 있는 거북의 길이가 6.5피트이고 대한민국에 있는 거북이 7피트이니 한국이 단연코 세계 일등이 되는 것입니다.”   
윌리암 맨은 서기관에게 몇 마디 말을 더 보탰다.
“거북을 키우려면 관심과 사랑을 많이 주어야 합니다.” 
“예.”  
“신선한 바닷말이나 어패류를 먹여야 되고요”  
“알겠습니다. 친절하게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서 남쪽 강진 바닷가 학마을의 기눅굴에 머물고 있는 해수는 단박에 세계에서 가장 큰 거북이 되었다.  
서기관은 미국에서 알아낸 사실을 경무대 비서실에다 즉시 알렸다. 그것은 곧 대통령에게 보고되었다. 나라 안의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는 국민들에게 크게 알렸다.
1949년 9월 5일자 D일보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크기 세계에서 첫째. 
강진 거북에 미국학자 논증

대통령은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국무회의에서도 거북 자랑을 자주 했다. 경무대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거북을 치켜세우며 대통령의 표정을 살폈다. 그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거북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통령은 거북이 슬슬 보고 싶어졌다. 집무실에서 일할 때도 가끔 생각이 났다. 
‘허허. 그 녀석 참. 파랑새는 날아갔지만 너는 꼭 내 곁에 있어다오.’

7. 해수의 운명 
대통령의 마음을 헤아린 비서실 직원들이 한마디씩 자기 의견을 냈다.   
“각하, 그 거북을 데려오면 좋겠습니다.”
“경무대로요?”
“예, 각하.”  
다른 비서가 말을 받았다.
“창경원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그렇습니다, 각하.” 
사실 대통령도 마음속으로는 거북을 데려와야겠다는 결정을 이미 내리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거북을 바닷가에 이대로 둘 수는 없지.’ 
다만 경무대냐, 창경원이냐를 놓고 이럴까? 저럴까? 고민 중이었다.  
대통령은 기눅굴의 거북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신문이나 비서실의 보고를 통해 알고 있는 게 전부였다. 실제 본 적이 없었으니까. 
대통령은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갑자기 한 사람을 떠올렸다. 대한민국에서 어류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어류학자 정문기 박사였다. 그는 고등엇과의 다랑어에 ‘참치’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으로도 유명했다.
대통령은 곧바로 비서실장을 불렀다.    
“부산수산대 학장을 경무대로 들어오라 하시오.”
“정문기 박사님을요?”
“그렇소.”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정문기 박사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 후 일본 동경대학에서 수산학 공부를 한 후 수산시험장에서 일했고, 지금은 대학에서 연구를 하는 교수였다. 
부산에서 바쁘게 올라온 정문기 박사는 곧바로 경무대 집무실로 들어갔다. 넒은 거실 의자에 앉아 있던 대통령은 그를 반갑게 맞았다. 
“정 박사! 이리 와 앉으시오.” 
대통령의 입가에 실팍한 웃음이 감돌았다.  
“각하, 어쩐 일로 부르셨습니까?”
“이번에 나라에 경사스런 일이 생겼다오.” 
대통령은 자랑스럽게 말을 꺼냈다. 정 박사도 얼른 짐작을 했다. 
“거북 말인가요?”    
“그렇소. 미국 해양생물학자로부터 그 거북이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인정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각하.”
정문기 박사는 소리 없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정 박사!”
“예, 각하.”
“정 박사가 한번 바닷가 학마을로 내려가 보구려.”
“제가요?”
“가서 거북을 살펴보고 앞으로 그 거북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검토를 해 보시오.”
“…….”
“이를테면 이리로 데려와서 경무대에서 키울 것인지, 창경원에다 집을 마련해 줄 건지. 내가 아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소.” 
정 박사가 어줍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창경원요?”
“그렇소. 창경원에서 키운다면 의미 있을 것 같소만. 조선시대 궁궐인 데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거북을 만날 수도 있고.”   
정 박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또록또록 대답했다. 
“창경원은 절대로 안 됩니다.”
“어째서요?”
“창경원에다 거북을 키우면 아마도 겨울에 추워서 얼어 죽을 겁니다.” 
“그래요? 그런 쪽은 내가 잘 모르니…… 앞으로 그 일은 정 박사에게 맡기겠소.”
“알겠습니다.”
“서울로 데려와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대통령은 자기가 축복 받았다는 걸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일단 내려가 보겠습니다.”
대통령의 명을 받은 정문기 박사는 그 길로 학마을로 향했다. 그는 지프차를 타고 멀고 먼 남쪽 바닷가 길을 단숨에 달렸다. 거북을 만나게 될 기대감으로 피곤한 줄도 몰랐다. 

8. 경무대에서 온 손님 
학마을에 들어서자 소금기 섞인 바다 냄새가 코로 훅 스며들었다. 정문기 박사는 거북의 주인인 정 사장 집부터 찾았다. 
우람한 느티나무 뒤에 검정 기와로 덮인 지붕이 보였다. 넓고 큰 집을 보니 여유롭게 살아가는 부잣집 같았다.
“계십니까?”
그는 마당을 서성이던 상원과 눈이 마주쳤다.  
“누구세요?” 
“어른들은 안 계시냐?”
“할아버지는 주무셔요.”
정 사장은 점심을 먹은 후 낮잠을 자는 중이었다. 상원은 방으로 들어가 할아버지의 어깨를 흔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정 사장이 마루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문기라고 합니다.”
“당신도 거북이 땜에 왔소?” 
“예, 딱 맞추셨습니다.” 
정문기 박사는 명함 한 장을 정 사장에게 건넸다. ‘부산수산대학 학장’이란 직책을 훑어본 정 사장은 상글상글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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