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전 순천향대 교수 (작천 이마마을 출신)

계묘(癸卯) 年의 동지(冬至)가 지나, 겨울의 한 복판을 지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추위가 예상되는 소한(小寒) 대한(大寒)을 지나면, 갑진(甲辰)년의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을 성급하게 기대하여 봅니다.

독자 여러분! 지난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용(龍)의 해인 2024년에, 애독자(愛讀者) 여러분들의 활동 범위가 더욱 확대되어(지경地境을 넓히는 삶),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지경을 넓히는 삶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잘 알려진 야베스의 기도(구약성경 역대상 4장 9-10절)에서처럼 야베스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그의 형제보다 ‘존귀한(honerable) 者’이며, 그가 구하는 기도(지경territory을 넓히시고, 환란과 근심이 없게 해달라는 기도)를 허락하셨습니다.

즉 지경을 넓히는 삶은 먼저 우리가 ‘존귀(尊貴)한 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은 절대자와의 접속을 통한 순수의식의 발현, 즉 현상계의 복잡한 생각 감정(에고 中心의 삶)을 내려놓고(止,그치고), 회개(회광반조 廻光返照)하여, 성령(불성) 中心의 삶을 사는 者(하나님 사랑의 존귀한 者)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섯 가지가 없는 삶(五無의 삶)입니다. 첫째, 일체를 ‘모른다’하는 삶(無知의 삶)의 자세입니다. 일상의 오욕 칠정으로부터 기인하는 일체의 생각 감정을 무관심(無關心) 또는 무시(無視)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따뜻하면서도 초연(超然)한 삶‘이라고 하겠습니다. 둘째 셋째는 일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무욕(無慾) 무부족(無不足)의 삶입니다.

구약성경 시편 23편 제1절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의 초긍정(超肯定)의 충만한 삶입니다. 넷째 다섯째는 첫째(念)와 둘째 셋째(定)의 선정(禪定;念定;사마타)의 결과로, 자명한 지혜(慧;위빠사나)가 나옵니다.

시편 23편 제2절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無不安, 평안, 샤롬) ‘쉴만한(조용한) 물가(quite waters)로 인도하시는도다’(無疑心, 自明)입니다. 이것을 ‘유연(柔軟)한 자명함’이라고 하겠습니다.

다섯 가지가 없는 오무(五無)의 삶(무지 무욕 무부족 무불안 무의심)은 필경(畢竟), ‘나의 영혼을 소생 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義의 길로 인도’(시편 23편 제3절) 하십니다.

나의 영혼이 소생(蘇生, 되살아남)됨은 먹구름으로 어두워진 에고(ego)의 생각 감정이 생명의 빛으로 밝아져서(自明해짐), 무분별의 순수의식으로부터 發現한 네 가지 지혜(大圓鏡智 妙觀察智 平等性智 成所作智)가 義의 길로 인도 하십니다. 따라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 않게’(시편 23편 제4절)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생각 감정의 지경이 하나님 사랑 측면에서 어떻게 확장되어 절대자 中心으로 의식수준이 확장될 수 있는가를 성찰해 보았습니다. 다음으로는 실제 우리의 삶 가운데, 이웃사랑 측면에서 어떻게 지경을 넓힐 수 있는가를 고찰해 보겠습니다.

이웃이라 함은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공동체로서, 가족 사회 국가 세계 및 자연 공동체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공동체에서 이웃사랑을 통한 지경의 확대는 불교의 4 무량심(4 無量心; 자慈=즐거움을 베풀어 주는 마음, 비悲=불쌍히 여기는 마음, 희喜=고통을 버리고 즐거움을 주는 마음, 사捨=버리고 내려놓고 평등하게 마음을 일으키는 마음)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것은, 4 섭법(4 攝法; 애어愛語 보시布施 이행利行 동사同事)을 바탕으로 한 말과 행동입니다.

즉 언어 행위는 애어(愛語)를 바탕으로 망어(妄語, 거짓말), 기어(綺語, 교묘한 꾸며진 말) 양설(兩舌, 이간질), 악구(惡口, 욕설 비방 악성댓글)등을 삼가는 애어섭(愛語灄) 입니다. 보시섭(布施灄)은 진리를 가르쳐 주는 眞理 보시와 財物 보시가 있습니다.

이행섭(利行灄)은 신(身 몸) 구(口 입) 의(意 마음)의 3업(業)을 통하여 이웃에게 이익을 주는 행위(利行)이고, 동사섭(同事欇)은 함께 일하고 생활함으로써 삶의 지경을 넓힐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연공동체 속에서 환경보호와 자원을 절약하는 삶의 지경을 확대해가는 것 입니다.

우리의 몸에 대한 지경을 확대하여야 하겠습니다. 마음(心 mind)과 육체(肉體 physical body)의 2분법적 사고로부터 일원론적 사고인 몸(somatic body)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몸과 마음이 유기적으로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음을 유의하여 몸과 마음을 동시에 관리하는 삶의 지경을 확대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바라기는 무상(無常)하고 감각적인 오온신(五蘊身;化身)으로부터 의성신(意成身;幻身;報身)으로, 그리고 원적(圓寂)하고 지혜가 충만한 법성신(法性身)으로 지경이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에 대한 지경을 확대하여 이 세상을 지혜롭게 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의상대사(625-702)의 화엄일승법계도(법성게)에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하나의 지극히 작은 티끌 속에 10방세계가 있다)과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한 찰라의 순간이 바로 무량한 세월이다)의 뜻을 새겨봅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에 있는 세포나 먼지 속에도 천지 만물의 모든 것이 함유되어 있다는 공간(空間)에 대한 지경의 확대! 찰라의 한 순간이 영원과 잇대어 있다는 시간(時間)에 대한 지경의 확대! 이러한 시(時) 공(空)에 대한 개념을 잊지 않고 우리의 삶 속에서 구현(具現)할 수 있다면, 갑진년(甲辰年) 한 해! 지족(知足)의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독자 여러분! 지금 이 순간, 영원과 잇대어 있는 이 겨울에, 광활한 천지의 황량(荒凉)한 곳에서도 어머니의 품 같은 고향, 강진의 포근함을 한껏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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