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 발행 30주년이 되면서 갖가지 뒷 얘기들이 쏟아진다. 재미있는 것은 것은 당시 강진사람들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란 책을 접하게 된 계기들이다. 

두 가지 사례가 있다. 서예가 성산 윤봉전 선생의 경우다. 1993년 가을 어느날이었다. 차를 타고 우연히 강진읍 영랑생가 부근을 지나는데 영랑생가 부근에 관광버스와 차량들이 유난히 많았다. 당시만 해도 지역내 관광지에 사람이 많지 않을 때다. 

관광객들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란 책을 가지고 있었다. 윤봉전 선생은 그길로 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해 읽어봤다. 우리 강진에 이렇게 소중한 문화유산이 있다니~ 감동 자체였다.

윤 선생은 출판사를 통해 유홍준 교수와 연락해서 감사한 마음을 깍듯이 전했고, 이 전화가 책 출판 후 사실상 강진과 유 교수의 첫 교감이 됐다.

퇴임한 윤순학 전 강진군 기획실장도 비슷한 사례다. 94년 4월 경 고려청자박물관 신축 공사장에 갔다. 그때 박물관 앞에 관광버스가 많이 주차돼 있었다. 박물관도 관광객들로 붐볐다.

두 사람은 관광객들을 주의깊게 살펴 보았다. 학생들이 모두 책 한 권을 들고 돌아 다녔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였다. 책 내용이 궁금해 한 학생에게 잠시 책을 빌려 훑어보니 책머리부터 64쪽에 이르는 방대한 량의 페이지에 강진의 문화유적들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다. 하늘이 개벽할 일이었다. 

이런 일을 당시 김영록 군수에게 즉각 보고했고 관광객을 안내할 특별대책을 세웠다. 그때만 해도 일반 주민들은 물론 공직자들조차도 강진의 문화유산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이 드문 시대였다.

김영록 군수가 관광객을 맞으려면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한다고 공직자들과 군민들에게 강연회를 개최할 것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저자 초청 강연회가 추진됐다.

윤봉전 선생과 유홍준 교수의 첫 전화 통화와 군청의 노력으로 1994년 6월 22일 유교수가 강진서 첫 강연을 했다. 역사적인 날이었다. 그 이후 유 교수는 2002년 강진군민회관에서 두 번째 강연을 했고, 이번에 30주년을 맞아 청렴 수련원에서 세 번째 강연을 했다.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렀다. 책 한 권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지난 30년 세월이 증명한다. 여기에 강진 사람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었다. 책은 역사를 만들고, 역사는 기록으로 남는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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